[더팩트ㅣ장혜승 기자] 지방자치 부활 30년이 넘도록 국회에는 있지만 지방의회에는 없는 것이 있다.
지방의회장들 협의체인 대한민국시도의장협의회가 지방의회법 입법에 다시 불을 댕겼다. 서울시의회를 비롯한 지방의회의 숙원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국회법에 따르는 국회와 달리 지방의회는 관련 규정이 여러 법령·조례에 흩어져있다. 핵심인 예산·조직권도 지방자치단체장이 쥐고 있다. 의회 본연의 역할 수행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과거 번번이 국회에서 입법이 좌절됐다.
시도의장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은 "20대 국회에 계류 중인 지방의회법들도 물론 지방의회의 예산편성권과 조직권을 보장하고 있기는 하다"면서도 "세부적인 면에서 지방의회가 집행기관과 대등한 입장에서 지방자치를 할 수 있는 방향에서 지방의회법 입법을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시도의회의장협의회는 대구에서 2023년 제5차 임시회를 열고 지방의회법 제정에 공동 대응하기로 결의했다. 민선 8기 1년이 지난 시점에 다시 법 제정 움직임이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특히 국회는 국회법 제23조에 따라 국회운영 예산 독립편성권을 보장받지만 지방의회의 예산편성권은 지방자치단체장이 갖고 있다. 그마저도 상위법령인 지방재정법과 지방자치단체 예산편성 운영기준의 엄격한 통제를 받아 의회비 12개 항목 이외에 의회경비를 편성할 수 없다.
그 결과 지방의회의 견제와 감시를 받아야 할 집행기관이 지방의회의 조직, 예산을 결정하는 모순이 나타난다. 서울시가 서울시의회의 조직과 예산을 결정하는 식이다. 이 때문에 집행기관에 종속된 조직 환경에서 제대로 된 견제와 감시가 어렵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박환희 서울시의회 운영위원장은 "국회가 국회법에 따라 권한과 책임이 정해지듯이 지방의회 조직 운영과 예산편성 등도 지방의회법 제정으로 독립적이고 자주적으로 확보할 필요가 있다"며 "현재 국회에 제출된 지방의회법에는 지방의회 소관 세출예산의 편성 권한을 지방의회에 두는 내용이 포함돼 있어 이를 통해 의회 예산편성권 확보가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방의회법은 지방자치법 내에 포함된 지방의회 관련 조항을 떼어내 만든 법령이다. 지방자치와 지방분권의 핵심 축인 지방의회와 지방자치단체 사이의 견제와 균형을 확립하고, 지방의회의 조직·운영 등의 전반을 아우르는 지방의회 기본법의 성격을 띤다.
지난해 지방자치법 전면개정으로 지방의회 의장이 사무처·국·과 공무원에 대한 임용, 징계, 교육 등 인사권을 갖게 됐다. 그러나 독자적인 예산편성권, 조직권 및 감사권 등이 확보되지 않아 인사권 독립도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기가 어렵다. 지방의회법이 해법이다.
서울시의회가 지방의회법 제정 추진에 나선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6년에는 시의원과 외부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서울시의회 지방분권TF를 구성해 활동했고, 이듬해 지방자치법 개정과 관련해 지방분권 7대 과제를 담아 제19대 대통령 선거 후보 질의서를 전달하기도 했다.
이런 활동을 통해 2018년 20대 국회에서 전현희 의원이 독립적인 지방의회 기본법을 대표발의했으나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이어 21대 국회에서도 이해식·서영교·이원욱 의원이 각각 지방의회법안을 대표발의했으나 모두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박환희 위원장은 "주무부서인 행정안전부가 지방자치법이 지방의회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별도 지방의회법이 필요하지 않다는 의견을 지속적으로 표명하고 있다"라며 "국회나 행안부 등이 지방의회의 변화된 위상이나 역할을 여전히 과거 시각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노수 서울시립대 도시과학연구원 의정정책 고위과정 책임교수는 "지방자치법에서 따로 법을 떼어내 별도의 지방의회법을 만들어야할지 학계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아직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며 "또 국회에서 지방의회법 제정에 대해 관심이 없다"고 진단했다.
김현기 의장은 이번에는 분위기가 다르다며 입법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지방의회법 제정 취지에 공감하는 국회의원들이 많다"며 "이번 정기국회에 법안이 발의될 수 있게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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