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장원 인턴기자] 강제징용 피해자 및 유가족들이 정부의 제3자 변제 공탁 시도에 앞서 정부에서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피해자들의 의사도 묻지 않은 채 '막무가내'로 공탁을 강행한다고 비판했다.
민족문제연구소(민문연)와 강제징용 피해자 가족들은 11일 서울 종로구 이마빌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주장했다.
강제징용 피해자 이춘식 할아버지의 장녀 이고은(64) 씨는 "제가 아버지를 모시고 있는데 (변제 공탁 관련해서) 절차가 없었다"며 "큰 오빠한테만 전화하고 정작 당사자인 아버지한테는 전화 한 통 없었다"고 밝혔다.
지난 3일 외교부에서 온 전화를 받았다는 이 할아버지의 장남 이창환(67) 씨는 "외교부 과장이라는 사람이 전화와서 설명 한마디 없이 아버지 주소지를 물어보더니 법원에다 공탁금을 접수했다고 하더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공탁의 정당성에 대한 법률적 논의에서 나아가 2018년 대법원 판결을 받은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피해자들의 법률 지원을 맡고 있는 임재성 변호사(법무법인 해마루)는 "정부가 추진하는 제3자 변제 공탁의 핵심은 변제의 유무를 떠나 대법원 판결을 받아 채권을 가지고 있는 피해자들의 권리를 일방적으로 뺏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쓰비시 중공업 강제동원의 피해자 고 정창희 할아버지의 장남 정종건(66) 씨도 "우리의 권리를 소멸시키려는 공탁은 전면무효"라며 "일본이 잘못한 건 바로 잡고 요구할 건 요구하는 과정에서 정부는 그냥 가만히 있으면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자회견 후 이들은 심규선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지원재단) 이사장과 면담을 가졌다. 10여분 간 진행된 면담에서 공탁의 이유를 묻는 피해자 가족들의 질문에 심 이사장이 "잘 들었다"고만 답했다고 이들은 밝혔다.
앞서 지난 3일 외교부와 지원재단은 제3자 변제를 거부한 4명의 피해자와 유가족을 대상으로 관할 법원에 공탁을 접수했다. 그러나 법원이 불수리 및 반려를 결정하자 외교부는 이의 절차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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