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용산서장, '비명소리' 112 무전에도 대응 안해"


이임재 "참사 외 다른 내용도…무전 잘 안 들려"

이태원 참사 당시 부실 대응 혐의를 받는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이 10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3차 공판을 마친뒤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장윤석 인턴기자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으로 기소된 이임재 전 서울 용산경찰서장 재판에서 당시 112 자서망(교선용 무선망)이 공개됐다. 이 전 서장이 망에 처음 대응하기 전부터 '비명소리' 등 사고를 예측할 만한 무전이 오간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배성중 부장판사)는 10일 오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서장과 송병주 전 용산서 112상황실장 등 5명의 3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참사 당시 운영된 경찰 3개 무선망에 대한 검증기일로 진행됐다.

대상은 서울경찰청 지휘망과 용산서 행사망, 자서망 등 3개다. 이 전 서장이 탑승하던 관용차에는 3개 망에 경호망까지 총 4개 무전기가 있었다고 한다. 검찰은 서울청 지휘망과 용산서 자서망 검증을 신청했고, 이 전 서장 측은 용산서 행사망과 자서망을 신청했다.

서울청 지휘망과 용산서 행사망은 지난해 10월29일 토요일을 맞아 서울청과 용산서 등이 대통령실 인근에서 열린 집회·시위를 관리하고 마무리하는 내용이 주로 담겼다. 이 전 서장이 경력에 "고생했다. 주말 잘 보내라" 등의 내용이 담겼다.

검찰에 따르면 이 전 서장이 처음 용산서 자서망에 등장한 시간은 오후 10시35분59초다. 참사 발생 20여분 전이다. 이날 공개된 용산서 자서망에는 이 전 서장이 등장하기 이전부터 비명소리가 들리거나 인파가 몰려 도움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나왔다.

검찰은 '깔렸다는', '인파 관련 신고가 접수', '비명소리' 등 말들이 나왔는데도 이 전 서장이 적절한 대응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당일 오후 9시쯤까지 대통령실 일대 집회를 관리한 뒤 20여분 식사한 시간을 제외하더라도 사고를 인식할 만한 무전이 나왔다는 지적이다.

반면 이 전 서장 측은 참사 현장과 관련되지 않은 교통이나 마약 등 다양한 무전이 나왔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비명소리'가 들리거나 '압사 사고'라는 단어가 나왔다고 주장하지만, 현실적으로 알아듣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검찰은 "관용차 내 서울청 망은 20시56분쯤 (대통령실 인근 집회) 해산 결정했고, 경호망은 대통령 경호 등에 쓰여 별다른 무전이 없었다. 112 자서망과 행사망만 잘 들으면 들리는 상황이었고, 22시35분쯤 이후 23시8분쯤이 돼서야 처음 지시했다"고 지적했다.

이태원 참사 당시 부실 대응 혐의를 받는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이 10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3차 공판을 마친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장윤석 인턴기자

이날 공판은 이 전 서장과 송 전 실장이 불구속 상태로 받는 첫 재판이다. 이 전 서장은 공판 이후 취재진을 만나 '당시 무전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던 상황이었냐'는 질문에 "재판에 성실하게 사실대로 임하겠다.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은 재판이 열리기 전인 이날 오후 1시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 특별수사본부 수사로 구속된 이태원 참사 책임자 6명이 모두 풀려났다"면서 "증거인멸을 이유로 구속된 이들에게 석방은 어떤 의미인가"라며 엄벌을 촉구했다.

이 전 서장과 송 전 실장은 지난해 10월29일 핼러윈을 앞두고 이태원 일대 인파가 몰려 사상 위험이 예견됐는데도 조치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이 전 서장은 부적절한 참사 대응을 은폐하기 위해 허위로 기재된 상황보고서를 작성하고 행사한 혐의도 있다.

다음 재판은 다음 달 21일 오후 2시에 열린다. 증인으로 무전 관련 증인 2명이 출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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