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정채영 기자] 국회의원을 상대로 일명 '쪼개기 후원'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구현모 전 KT 대표가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김상일 부장판사는 5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는 구 전 대표에게 700만 원을 선고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KT 관계자 10명에게는 300만~400만 원의 벌금형이 내려졌다. 이날 구 전 대표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KT텔레캅 임원을 지낸 박모 씨만 출석한 채 재판이 진행됐다.

박 씨는 "알고 지은 죄와 모르고 지은 죄가 있는데 모르고 지은 죄라는 걸 깨달았다"며 "KT는 굉장히 훌륭한 회사인데 몇몇 때문에 허탈하게 만들어 죄송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개인에 비해 사회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의 법인이 직접 또는 법인 관련자가 정치자금법을 기부한 경우 자금 법인 이익이 상대적으로 거대하게 대표된다"며 "민주주의 침해와 국민주권 원리를 훼손할 염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기부로 입법 과정 등에 영향 미쳤는지는 조사되지 않았다"며 "기록에 드러나지 않은 점, 기부받은 국회의원이 후원 액수 일부를 반환한 점을 고려했다"며 양형의 이유를 밝혔다.

검찰은 공직선거법 규정에 따라 정치자금법 위반과 업무상횡령 혐의를 분리해 약식 기소했다. 약식 기소란 검사가 피의자에 대해 징역형이나 금고형보다 벌금형이 마땅하다고 생각되는 경우 기소와 동시에 벌금형에 처해 달라며 약식 명령을 청구하는 제도다.

구 전 대표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와 업무상횡령 혐의로 각각 벌금 1000만 원과 5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았으나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KT 법인과 구 전 대표 등 소속 임원들은 2014년 7월~2015년 11월, 2016년 1월~2017년 9월 등 기간에 이른바 상품권 깡 방식을 통해 11억5100만 원 상당의 자금을 조성한 뒤 100만~300만 원씩 나눠 국회의원 99명의 후원회 계좌에 총 4억3800만 원을 입금한 혐의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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