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최의종 기자·황지향 인턴기자] "여당이나 야당이나 자꾸 오고 취재도 막 오고 이러니까 손님이 더 안 오는 것 같아."
지난 3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 상인들은 무엇을 사러 왔냐고 물었다. 취재진이라고 신분을 밝히자 경계하기 시작했다.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방사능 오염수 방류가 가까워지면서 시민들이 시장을 찾는 발걸음을 끊고 있기 때문이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따르면 한국갤럽이 지난달 27~29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7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우리나라 해양과 수산물을 오염시킬까 걱정되는지'를 물은 결과(4점 척도) '매우 걱정된다'가 62%로 확인됐다.
'어느 정도 걱정된다'가 16%로 총 78%가 우려 층으로 파악됐다. '별로 걱정되지 않는다' 11%, '전혀 걱정되지 않는다' 9%, 의견 유보는 2%다. 국내 통신 3사가 제공한 휴대전화 안심번호 100%를 이용한 전화 면접으로 진행된 결과로 응답률은 10.9%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시민들의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수산시장은 한산해졌다. 상인들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놓고 정치권에서 벌어지는 설전에 씁쓸한 표정이다. 전날 김영선 국민의힘 의원이 노량진수산시장에서 수조의 물을 떠먹는 '퍼포먼스'를 벌여 공방은 더 뜨거워졌다.
서울 강서구 수협강서수산시장에서 손님을 맞던 60대 남성 A씨는 "손님이 없다. 아예 없다. 나라에서 자꾸 부추기고 있지 않나. 한쪽에서 오염된다고 부추기고 하니까 더 힘들어지고 있다. 아무래도 그 나라(일본) 거는 장사가 안될 것 같다"라고 말했다.
같은 시장에서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던 50대 남성 B씨는 "(매출이) 반토막 이상 났다. 길게 쉬어야 2일씩 쉬는데 직원들을 다 그만두라고 말하기는 그래서 무급으로 5~7일씩 쉬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노량진수산시장에서 40년 가까이 장사했다는 60대 여성 C씨는 "하기도 전부터 오히려 막 쑤시고 정치인들이 와서 물 마시는데, 그 물(수조물)이 그 물(방류수)이냐"라고 반문하며 "오는 것 별로 반갑지 않다. 와서 묻지도 말아달라"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국민의 우려에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주문도 있었다. 같은 시장 횟집에서 일하는 60대 중반 여성 D씨는 "소금도 여기 다 필요한데 큰일 났다. 방류하는 게 걱정이기는 하다. 과학적으로 입증됐다지만 어떻게 믿겠나. 생선을 못 먹는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각계 시민단체들도 오염수 방류를 우려하기는 마찬가지다. 환경단체는 반대 의견이 담긴 서명을 일본 기시다 후미오 총리 등에 보냈다. 법조계에서는 국제법 위반 행위라며 우리 정부에 국민 보호 조치를 요구하는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는 입장도 나왔다.
환경운동연합 등이 참여한 '일본 방사성 오염수 해양 투기 저지 공동행동'은 지난달 28일 1172명 개인과 시민단체, 7개 국제·아시아 태평양 지역 시민단체 등의 반대 의견을 일본 기시다 총리와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에 공식 이메일을 통해 보냈다고 했다.
민주사회를 위반 변호사 모임(민변)은 3일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일본 정부의 국제법 위반 행위에 어떤 조치도 취하고 있지 않다"며 "국민의 생명 신체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적절한 보호 또한 없다"며 헌법소원 청구인을 모집한다고 밝혔다.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은 지난달 20일 성명을 내고 "수산업계와 어민들 사정은 말할 것도 없고 천일염 품귀 현상을 보이고 횟집 손님도 크게 줄었다"라며 "정치권은 문제를 이용하기보다는 국민 불안 해소를 위해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치권이 갈등을 증폭하기 보다는 사회적 불안을 해소해주는 역할을 해야한다고 주문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정치권이 소비자의 불안 야기가 아닌 해소 주체가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해양수산부가 오염 정도를 측정한 뒤 안심해도 되는지 등을 공표하고, 문제가 있으면 판매하지 못하게 하는 등 구체적인 대안이 필요하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