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최의종 기자] 이태원 핼러윈 관련 보고서를 삭제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는 김진호 전 서울 용산경찰서 정보과장 재판에서 감찰·수사 중인 사안인데 삭제 지시가 이상했다는 진술이 나왔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배성중 부장판사)는 3일 오후 공용전자기록등손상교사등 혐의로 기소된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과 김 전 과장의 공판을 열었다. 이날 증인으로 김 전 과장 하급자였던 이모 전 용산서 정보분석팀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 전 팀장은 지난 기일 증인으로 출석한 용산서 정보관 김모 씨의 증언을 뒷받침했다. 삭제된 '할로윈축제 공공안녕 위험분석 보고서' 작성자 김 씨는 통상 인사 자료나 수사비 증빙 자료로 삭제하지 않는데 김 전 과장이 삭제하라고 회유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
검찰은 "김 전 과장이 보고서 열람·보고 내지 전파 후 즉시 폐기가 원칙이라고 주장하는데 당시 (삭제 지시 전까지) 모두 남은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이에 이 전 팀장은 "실무자는 서장이나 과장과 달리 길게 근무하고 (참고용으로) 자료를 저장해 두는 편"이라고 답했다.
이 전 팀장은 보고서 자체가 참사 진상규명이나 책임을 가리는데 활용 됐으리라 생각했냐는 검찰 질문에 수긍했다. 참사 전 핼러윈 인파 우려 상황보고서가 존재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김 전 과장이 삭제하라고 지시했다고 진술했다.
참사 발생 이튿날인 지난해 10월31일 SBS 보도가 나왔고 11월2일 오전부터 김 전 과장이 정보과 소속 정보관들에 '규정에 따라 삭제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이에 이 전 팀장은 "'감찰·수사 중인데 지금 삭제하는 것이 이상하다'고 항명 조로 말했다"고 진술했다.
다만 이 전 팀장은 김 전 과장이 인사권자이기에 어쩔 수 없이 부하직원인 다른 김모 정보관이 작성한 경찰청 SRI(Special Requirement of intelligence·특별정보요구)를 직접 삭제했다고 진술했다. 보고서가 포함된 폴더 자체를 삭제하는 방식이었다고 한다.
검찰은 삭제 보고서 중 주최 있는 행사 4건에 없는 행사였던 핼러윈까지 용산서가 관심을 기울였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김모 정보관 경찰청 SRI 회신보고서 '가을 축제·행사 안전관리 실태 및 사고 위험요인'에는 숙명여대 축제 등 4건 외에 핼러윈도 대상이라고 기재됐다고 한다.
이는 이태원 참사 관련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들이 "주최 없는 행사는 재난안전관리법상 주의의무가 없다"는 주장을 반박하기 위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참사 전에 작성된 경찰청 SRI 회신보고서상 이미 핼러윈은 관심 대상이었으며 책임이 있었다는 논리다.
김 전 과장 측은 SBS 보도 직후 보도 경위보고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이 전 팀장이 서울청 관계자와 나눈 통화를 언급했다. 그러면서 해당 관계자에게 목적 달성 정보 폐기 원칙이라 경찰청 특별감찰팀에 제공하지 말라고 지침을 받은 것 아니냐고 따졌다고 한다.
그러나 이 전 팀장은 "명확히 기억나지는 않으나 기억에 따르면 '폐기 원칙이니 (SRI 보고서나 정책자료 등 3건이 아닌 언론에 보도된) 상황보고서만 제출하는데 나머지도 다 제출할 수 있다. 그건 용산서에서 판단할 부분'이라고 한 것이 기억난다"고 말했다.
박 전 부장과 김 전 과장은 이태원 참사 직후 용산서 정보관 김 씨가 작성한 상황보고서인 '할로윈축제 공공안녕 위험분석'을 정보관 곽모 경위에게 삭제하라고 지시한 혐의가 있다. 곽 경위는 지시를 받아 삭제한 혐의로 함께 기소됐다.
박 전 부장과 김 전 과장은 서울경찰청 SRI 보고서 '할로윈데이, 온오프 치안부담요인'과 정책자료 '할로윈, 경찰제복으로 파티 참석 등 불법행위 우려', 경찰청 SRI '가을축제행사 안전관리 실태 및 사고위험 요인' 등 3건도 삭제하라고 지시한 혐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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