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시형 인턴기자] 고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 수사에 불법 개입한 혐의로 기소된 전익수 전 공군본부 법무실장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매우 부적절한' 행위를 했지만 기소된 죄목으로는 처벌할 수 없다는 취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정진아 부장판사)는 29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면담강요 등) 혐의로 기소된 전 전 실장의 선고 공판을 열고 이같이 선고했다. 전씨와 함께 기소된 군무원 양모 씨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공군본부 공보과 소속 선임장교 정모 씨는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전 전 실장이 위력을 행사한 상대는 '군검사'로 특가법 규정상 범행 객체에 포함될 수 없으므로 (전씨를) 면담강요 혐의로 처벌할 수 없다"며 "형벌 법규를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확장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반한다"고 판시했다. 처벌 필요성만으로는 죄형법정주의를 후퇴시킬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재판부는 "법원이 처벌하지 않는다고 전 전 실장의 행위가 정당한 것은 아니다"라며 "개인 전화로 전화를 걸어 몰래 녹취까지 하며 수사 내용을 알아내려 했던 것은 수사 공정성을 훼손한 매우 부적절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 중사 성폭력 가해자 장모 중사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 정보를 전 전 실장에게 누설한 혐의를 받는 양씨를 두고는 "고등군사법원 소속 공무원 지위를 이용해 전씨에 대한 '사적 충성심'으로 전 전 실장에게 유출해 군 사법기관에 대한 신뢰를 잃게 만들었다"며 "범행 이후 잘못을 진지하게 반성하는 태도도 찾아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 중사와 가족을 왜곡한 정보를 기자들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는 정씨에 대해서는 "이 중사 사건 언론 보도 이후 비난 여론이 커져 공군참모총장 경질설이 제기되자 여론 반전을 도모하기 위해 이 중사의 사생활 정보를 왜곡하여 기자들에게 전달, 이 중사와 그의 남편을 심하게 명예훼손해 실의에 빠진 유족들에게 다시 한번 정신적 고통을 줬다"며 "만일 기자들에게 전달된 허위사실이 실제로 보도됐다면 진실규명에 더 큰 사회적 비용과 노력이 소요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중사의 아버지는 이 중사의 증명사진이 담긴 A4 파일을 들고 재판을 방청했다. 이 중사의 어머니는 재판 도중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이 중사의 아버지는 재판을 마친 후 취재진과 만나 선고 결과가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씨는 "공군 전체 조직력으로 전대미문의 조직적 살인을 한 주체인 전씨가 유죄로 처벌 받고 구속되는 모습을 원했다"며 "그러나 피의자 입장에서 하급 군검사에게 위력을 행사했는데 법을 만들어놓지 않았다는 것에 깜짝 놀랐다. '전익수 방지법'을 국회가 꼭 만들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유족을 지원하는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사실상 유죄와 다름없는 판결"이라고 주장했다. 임 소장은 "재판부는 입법이 되지 않은 부분이라 죄형법정주의에 위반돼 무죄를 선고할 수 밖에 없다며 사실상 입법부의 입법을 촉구하는 듯한 말씀을 했다. 고뇌에 찬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항소 여부에 대해서도 "특검이 결정할 사안이지만 다툴 부분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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