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충은 아니지만 찜찜…서울 장악한 '러브버그'


단순 박멸, 또 다른 '개체' 출현할 수도 
'고온다습' 장마철에 증가할지 촉각

지난해 은평구를 중심으로 출몰했던 러브버그(정식 명칭 붉은등우단털파리)가 여름이 되자 다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시스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서울 종로구 한 호프집. 무더위가 찾아온 탓에 야외 테이블에서 식사하던 중 A씨는 깜짝 놀랐다. 식기에 '러브버그'가 붙었기 때문이다. 손으로 쫓아냈지만 금세 다시 돌아왔고 A씨는 실내로 자리를 옮겼다.

#. 지난 26일 오전 7시쯤 서울 은평구 한 카페. 벽에는 '러브버그'가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모닝커피를 포장해 갖고 가던 중 빨대 통에 붙은 러브버그가 B씨의 시선에 들어왔다. 돌아보니 카페뿐 아니라 여러 가게 곳곳에 보였다.

지난해 은평구를 중심으로 출몰했던 '러브버그'(정식 명칭 붉은등우단털파리)가 여름이 되자 다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올해는 서울 전역에서 출몰하는 모양새다. 올해만 26일 기준 2600여건 민원을 접수한 은평구를 비롯해 각 자치구에 민원이 접수되고 있다.

지난해 인천지역 일부와 서울 서북부 지역에 출몰했던 러브버그가 확산한 여러 이유가 거론된다. 먹이 경쟁 때문에 확산했을 수 있고, 차량 등 이동 수단에 붙어 '히치하이크'로 활동 반경이 넓어졌을 수 있다. 시민들이 존재를 인식하면서 신고가 증가 했을 가능성도 있다.

생김새가 징그러워 해충(害蟲)처럼 보이지만 사실 익충(益蟲)으로 분류된다. 나비와 비슷하다는 것이 전문가들 설명이다. 유충은 지렁이처럼 땅속에서 낙엽이나 유기물을 먹고 분해해 토양을 비옥하게 한다. 성충이 되면 나비나 꿀벌처럼 수분 매개체로서 생태계에 역할을 한다.

그런데도 개체수가 많으면 시민들에 불편함 또는 혐오감을 준다. 생존 시기가 짧아 짝짓기를 하기 위해 몰려다녀 특히 개체수가 많아 보인다. 수컷 성충은 3~5일을 살고 암컷은 일주일을 산다. '러브버그'라는 별칭이 붙여진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해 인천지역 일부와 서울 서북부 지역에 출몰했던 러브버그가 확산한 여러 이유가 거론된다. 사진은 본문 내용과 관련 없음. /임영무 기자

단순히 박멸은 능사가 아니다. 지방자치단체도 이런 점을 고려해 방역을 실시하고 있다. 은평구 보건소의 경우 방역반을 운영해 홀수일과 짝수일 번걸아 가면서 러브버그 발생 근원지인 야산을 중심으로 특별방역을 벌이고 있다. 핵심은 '개체수 조절'이다.

지난해 러브버그에 정보가 부족하다 보니 단순히 연기 형태 살충제를 이용하는 방식으로 방역을 실시했다면 올해는 '개체수 조절'을 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러브버그가 박멸하면 생태교란이 발생해 또 다른 곤충이 피해를 줄 수 있어서다.

다만 지난 25일부터 시작한 장마가 변수다. 비행력은 낮아지지만, 유충이 성충이 되는데 좋은 여건인 '고온다습' 조건 때문이다. 이달 비 소식으로 주말이었던 지난 17~18일 개체수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지난 25일 많은 비로 정점을 찍었을 가능성도 있다.

박선재 국립생물자원관 연구관은 "역할을 보면 인간 기준으로 보더라도 익충 역할을 하지만 개체수가 많으면 불편한 것이 사실"이라며 "러브버그도 자연의 일원이고 없어지면 또 다른 개체로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에 '나비'처럼 생각해 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면 배연재 고려대 환경생태공학부 교수는 "익충이라는 개념도 인간이 바라보는 것으로, 향후 조치에 여러 검토가 필요하다"라며 "대체적으로 장마철에는 기온이 낮아지기 때문에 러브버그가 어떻게 되는지 말하기는 어렵다. 곤충은 발생 사이클이 있기 때문에 향후에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bel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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