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영 보석 뒤 첫 재판…유족 울분 "나를 잡아가라"


법원 "재난안전상황실 운영 여부 쟁점"

10.29이태원참사 유가족들이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법원을 나서자 바닥에 주저앉아 오열하고 있다. /박헌우 기자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으로 구속 기소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보석으로 풀려난 뒤 첫 재판을 맞아 유족들이 울분을 토했다. 법원은 당시 재난안전상황실이 제대로 운영됐는지를 쟁점으로 보고 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배성중 부장판사)는 26일 오후 2시30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박 구청장 등의 2차 공판을 열었다. 최원준 전 용산구 안전재난과장과 지난 7일 보석으로 풀려난 뒤 첫 재판이다.

공판 전 박 구청장이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으로 출석하자 유가족은 소복을 입고 '박희영은 사퇴하라'고 외쳤다. 박 구청장이 법정에 들어 뒤에도 재판부가 오기 전까지 유족들은 박 구청장에 책임을 요구했다.

재판에는 참사 당시 용산구 행정지원과장인 김모 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용산구 행정지원과는 당직근무 명령을 내리는 부처다. 김 씨는 박 구청장이 아닌 피고인 유승재 전 용산구 부구청장이 참사 전 주재한 확대간부회의와 긴급대책회의 참석자이기도 하다.

재판부는 "피해자 변호인이 의견서로 참사 당시 재난상황실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가장 중요한 쟁점으로 보고 있다"라며 "재난안전법과 시행령, 행정안전부 표준안 등에 언급이 돼 있는데 지도·배치가 미흡했다는 과실을 중요하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검찰은 공소장을 통해 "구청장은 재난에 상시 대응을 위해 재난안전상황실을 설치·운영해 업무를 수행하고, 재난안전상황실은 운영·관리체계를 갖추며, 행정안전부에서 하달된 표준안에는 상황전파체계를 가동하도록 규정하는 등 의무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 관련 공판을 마친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박헌우 기자

재판부는 지난해 핼러윈을 맞아 당직실 운영 과정에서 인력 보강을 놓고 김 씨에게 질의했다. 재판부는 '지난해 핼러윈 관련 당직실 상황에 소음 관련 맑은환경과 외에 인력을 보강했냐'고 물었다.

김 씨는 "특별히 한 것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에 재판부는 "당직실은 증인 소관 업무인데, 나머지는 특별한 것은 없었던 것 같다. 과별로 기재돼 있는 문건상 '핼러윈데이 재대본(재해대책본부) 비상 대책 실시 등'은 어떤 내용이냐"며 인파 대책본부 여부를 물었다.

김 씨는 "그때도 코로나가 종결된 상태는 아니고 재대본이 운영되던 상황은 맞다"라고 말했다.

이날 재판이 끝나자 유족은 박 구청장을 향해 "감히 출근을 해. 살인자 악마야. 어디가"라고 말했다. 이어 재판부를 향해서는 "저를 잡아가달라"고 외쳤다.

재판 전인 오전 11시30분 유가족협의회 등은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구청장은 구속 기간 월급도 받았다고 보도됐다. 지위와 혜택을 모두 누리고 황제 재판을 받는 것은 용납하기 어렵다. 용산구민이 소환하기 전에 지금 즉시 사퇴하라"고 밝혔다.

박 구청장은 참사 당일 많은 인파로 사고 발생을 예견할 수 있었는데도 안전관리계획을 세우지 않고, 재난안전상황실을 적정히 운영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또 참사 직후 부적절한 대응을 은폐하기 위해 허위로 기재한 보도자료를 작성·배포하도록 한 혐의도 있다.

다음 재판은 다음 달 17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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