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장혜승 기자]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6일 "킬러문항을 제거해도 수능 변별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부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사교육 경감 대책을 발표하면서 킬러 문항이 없으면 수능 변별력 확보가 어려워지는 게 아니냐는 질의에 "킬러문항이 없으면 물수능이 된다고 하는 주장은 사교육 업체의 논리"라며 이렇게 말했다.
킬러문항이 없더라도 교육과정 내에서 상, 중, 하난이도 문제를 출제해서 변별력을 갖출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킬러문항이 아주 어려운 문제가 아니"라며 "킬러문항은 공교육 안에서 준비할 수 없는 문항을 말한다. (킬러문항 배제는) 공교육 과정 안에서 출제한다는 교육의 기본 원칙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승걸 교육부 책임교육정책실장도 "평가 전문가들을 만나면 (킬러문항 없이) 교육과정 내에서 출제해도 상, 중, 하 난이도별로 충분히 구별해서 출제할 수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날 교육부는 2021년부터 2023학년도까지 최근 3년간 수능 시험과 올해 6월 모의평가의 국어·수학·영어 영역을 분석해 총 22개 킬러문항 사례를 공개했다. 공교육 과정에서 벗어나 학생들에게 복잡한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공통점들이 엿보였다.
지난 3개년 수능에서 탐구 영역을 제외하고 가장 정답률이 낮았던 문제는 2021학년도 수능 수학 나형 30번이다. 수학Ⅱ의 미분가능성과 연속성을 활용해야 하는 이 문제는 EBSi 기준 4.2%의 정답률을 기록했다.
교육부도 이날 공개한 킬러문항 예시에서 이 문항을 두고 "미분계수의 기하학적 의미, 미분 가능성과 연속성의 관계, 함수의 그래프 등 다수의 수학적 개념이 결합돼 문제해결 과정이 복잡하다"고 지적했다. 또 "공교육에서 다루는 수준보다 복잡한 형태의 함수를 다루고 있어 주로 인문계열로 진학하는 나형 응시생의 수준을 고려할 때 문제해결의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도 봤다.
국어 영역에서는 지난해 실시된 2023학년도 수능 국어 17번 문항이 EBSi 기준 15.1%로 가장 낮은 정답률을 기록했다.
'클라이버의 기초대사량 법칙'을 소재로 출제된 이 문항은 국어 문제임에도 수학적인 요소가 많아 입시업계에서 이견 없이 킬러문항으로 꼽혔다. 진학사는 "지문에서도 독해하기 까다로웠던 그래프 해석과 연결된 문제로 변수를 정확히 대입해 해석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교육부도 "지문에서 관련 내용의 의미를 찾아가며 보기의 내용을 적용해 이해해야 하므로 추론해야 할 정보량이 과다하다"며 "지문의 내용을 전체적으로 이해하고 이해한 내용을 바탕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단절적으로 제시된 내용 요소 간의 관계를 중심으로 답을 찾아야 하므로 문제풀이 기술을 익힌 학생에게 유리하다"고 진단했다.
영어에서는 2023학년도 수능 34번 문항이 수험생들을 괴롭혔다.
교육부는 "'시간 흐름에 대한 이해'라는 추상적인 개념과 '기후 변화'라는 일반적 소재를 동시에 활용해 학생들이 구문을 해석하더라도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지문이 전반적으로 공교육에서 다루는 일반적인 수준보다 어려운 어휘와 복잡한 문장 구조가 사용된 긴 문장으로 구성됐다"고 지적했다.
앞으로 이러한 킬러문항을 없애면서 적정 난이도와 변별력을 가진 문제가 출제될 수 있도록 수능 출제 관리체계를 강화할 방침이다.
평가원 내에 교육과정 이해도가 높은 현장교사를 중심으로 가칭 '공정수능평가 자문위원회'를 운영한다. 시험 전에는 공교육 과정에서 다루는 지문·풀이방법·어휘 등을 활용한 출제전략 수립 자문 역할을 한다. 시험 후에는 출제 평가와 개선안 마련을 자문하게 된다.
출제 단계에서는 현장교사 중심으로 가칭 '공정수능 출제 점검위원회'를 신설한다. 교육청 등 평가원 외부에서 위원을 추천해 독립적 판단을 보장한다.
zzang@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