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김해인 기자] 서울 성북구(구청장 이승로)가 정전 70년을 앞두고 6·25 참전용사인 '성북천 무궁화 할아버지'의 뜻을 기리는 자리를 마련했다.
성북구는 23일 성북천 희망의 다리 인근에서 '무궁화 표지석 작은 제막식'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심영우(92) 씨는 6·25 참전용사로 최전방에서 박고지 전투 등에 참전했다. 제대 후에는 중동 노동자, 자영업자로 일하며 성북구 삼선동에 작은 집 한 칸을 마련하고 아버지로서 삶을 살았다.
은퇴 뒤에는 성북천을 걷는 이들에게 호국영령의 희생과 평화의 가치를 알리고자 집에서 키우던 무궁화 나무의 가지를 하나씩 옮겨 심었다. 2005~2008년 약 40그루를 심었고, 그 중 15그루가 뿌리를 내렸다. 수시로 성북천에서 무궁화를 관리한 그의 노고로 호국영령의 달이면 성북천에는 무궁화가 장관을 이룬다.
그의 딸 심진희 씨는 성북천 무궁화에 깃든 아버지의 애국정신과 평화의 바람을 알리고자 구에 아버지의 사연을 알렸다. 구는 관계부서 검토를 거쳐 무궁화를 하천의 일부로 인정하고 어르신의 뜻을 기리는 표지석을 설치하기로 했다.
현행법상 하천 관리상 임의로 식물을 심는 행위는 금지된다. 그러나 성북천이 본격적으로 관리되기 전부터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워온 무궁화가 구민에게 자긍심을 안긴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무궁화도 앞으로 구가 관리한다.
심 씨은 제막식에서 "오늘 대한민국의 발전과 평화 뒤에 수많은 호국영령의 희생이 있었음을 알리고 애국심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무궁화를 심었다"며 "그 마음을 구가 알아주고 주민에게 알려줘 참으로 고맙다"고 말했다.
이승로 성북구청장은 "구는 6·25 비극을 담은 노래 '단장의 미아리고개'의 배경으로 평화의 가치가 그 어느 곳보다 크게 자리 잡은 곳"이라며 "어르신의 무궁화로 애국과 평화의 가치를 알리는 더욱 중요한 장소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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