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정채영 기자] TV조선 재승인 심사 부정 개입 의혹을 받는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의 출근이 윤석열 대통령의 면직 결정으로 지난 5월 30일에 멈춰섰다. 한 위원장이 법원에 낸 면직 처분 집행 정지 신청 결과는 이번 주 안에 나올 예정이다. 다만 독립기구인 방통위 위원장을 대통령이 면직 시킬 수 있는지 공방이 일고 있다.
지난달 30일 윤석열 대통령은 임기를 두 달가량 남겨둔 한 위원장 면직 처분을 재가했다. 대통령실은 "한 위원장은 TV조선 재승인 심사 과정에서 평가 점수를 조작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된 방송통신위원회 담당 국·과장과 심사위원장을 지휘·감독하는 책임자로서 그 의무를 전혀 이행하지 않았다"고 면직 재가 이유를 밝혔다. 한 위원장은 곧바로 법원에 면직 처분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서울북부지검 형사5부(박경섭 부장검사)는 지난달 2일 한 위원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위계공무집행방해, 허위공문서작성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2020년 종합편성채널 TV조선의 재승인 과정에서 한 위원장이 점수 조작에 개입한 걸로 본다. 자신과 친분이 있는 대학교수를 심사위원으로 선정하고, 관련 의혹에 대해 평가 점수 조작이 없었다는 내용의 허위 보도자료를 배포한 혐의도 있다.
◆'독립 기구' 방통위원장, 대통령이 면직시킬 수 있나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 1조는 '방통위의 독립적 운영을 보장한다'고 돼 있다. 6조는 '국회는 위원장이 그 직무를 집행하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한 때에는 탄핵의 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 8조는 '직무상의 의무를 위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면직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한다. 방통위원장은 탄핵 소추 외 면직될 수 없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를 근거로 한 위원장 측은 "방통위법은 방송의 공공성과 운영의 독립성을 굉장히 중요하게 본다"며 "방통위원장이나 위원에 대해서는 상당한 신분 보장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탄핵 소추 말고는 다른 근거를 들어 직무 배제할 수 없다"며 "인사청문회를 거친 행정위원인 방통위원장에 대한 방통위법에 의거하지 않은 직무 배제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권영국 변호사는 "방통위 설립 목적 자체가 자율적이고 독립적 운영을 보장하는 것"이라며 "정치적 개입을 통한 면직으로 독립성을 완전히 훼손했다"라고 주장했다.
반면 윤 대통령 측은 "방통위원장도 위원의 책임이 있으므로 위원장도 면직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반박한다. 위원장도 위원의 한 명이라는 취지의 주장이다.
그러나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전통적인 해석 방법은 위원 중에서 위원장을 지정하는 것이 아니고 위원이자 위원장인 사람을 별도로 임명하는 것"이라며 "위원장은 별도의 독립성이 보장된다"라고 말했다. 그는 "면직 규정을 적용할 수 있다고 해석할 경우 위원직은 유지하게 된다는 의미"라며 "기초 논리에 문제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KBS 정연주 해임 데자뷔…·"무죄추정 원칙 위반"
이번 한 위원장의 면직 논란으로 지난 2008년 정연주 전 KBS 사장 해임 건도 다시 거론되고 있다.
2008년 6월 감사원은 KBS 특별감사를 실시했고, 부실 경영을 빌미로 KBS에 정 전 사장의 해임을 요구했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정 전 사장은 이명박 정부는 정 사장 사퇴를 압박하고 있었다. 이사회에서 해임안은 의결됐고 대통령 재가로 정 전 사장은 해임됐다. 이후 같은 해 8월 정 전 사장은 배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정 전 사장은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았고, 해임처분무효소송에서도 승소했으나 끝내 임기를 채우지는 못했다.
다만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KBS 사장 임명권이 있으면 면직권도 있다고 해석될 수 있다는 것에 차이가 있다"며 "한 위원장의 경우 방통위법에 따라 탄핵이 아니고서 면직시킬 수 없다는 것은 사유가 탄핵에 이를 정도의 사유에 이르지 않는 이상 신분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형사 기소만으로 탄핵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 위원장 측도 기소가 됐다는 사실만으로 면직이 재가된 것은 무죄추정의 원칙에 위반된다는 주장이다.
◆윤석열 대통령 '징계 집행정지'와 닮은 꼴
한 위원장 측은 윤 대통령의 징계 처분 집행 정지 인용을 판례로 들기도 했다. 2020년 검찰총장이었던 윤 대통령은 임기를 7개월 남긴 시점 '채널A 검언유착 의혹 사건 감찰·수사 방해와 재판부 사찰 문건 작성·배포' 등을 이유로 정직 2개월 처분을 받았다. 윤 대통령은 추미애 전 장관을 상대로 징계 효력 집행정지 신청을 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당시 법원은 '징계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하는지'를 중점적으로 살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위원장 측도 같은 주장을 하고 있다. 한 위원장 측은 행정법원 집행정지 관련 사건 예시를 들며 "짧은 기간의 직무가 유지되지 못하는 부분들이 회복할 수 없는 손해에 해당된다고 판시했다"며 "면직 처분으로 변호사 자격도 2년간 정직됐다"고 주장했다.
검찰 출신의 변호사는 "과연 본안에 관해 이 징계가 의미가 있느냐가 문제"라며 "다음 공직을 할 때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이면 판결할 것이고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각하할 것"이라고 말했다. 2달이라는 짧은 기간의 임기를 남겨둔 상황에서 면직은 의미 없다는 취지다.
이달 12일 한 위원장의 면직 처분 집행정지 신청에 대한 첫 심문이 열렸다. 법원은 "오는 23일까지 한 위원장의 면직 처분에 대한 결정을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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