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조소현 기자] "환자밖에 모르는 분이셨어요."
병원 앞 교차로에서 자전거를 타고 횡단보도를 건너다 교통사고로 세상을 등진 주석중 서울아산병원 심장혈관 흉부외과 교수의 영결식이 20일 거행됐다.
이날 오전 8시 서울아산병원 영결식장. 주 교수의 마지막 모습을 보기 위해 많은 사람이 모였다. 근무 중 흰색 가운을 입은 채 영결식장을 찾은 의사들도 있었다.
영결식장에 들어서자 수북이 쌓인 국화 위 굳게 다문 입술의 고인의 모습이 보였다. 주 교수의 배우자와 자녀 등 유가족들은 영정사진을 바라보며 조용히 흐느꼈다. 영결식장 곳곳에서 울음이 터져 나왔다.
조사를 읽은 김승후 울산대 의과대학 학장은 "비통한 마음을 가눌 길이 없다"며 "항상 남을 먼저 배려하던 주 교수의 자상함에 주위는 평온했다. 무거운 짐을 내려놓으시고 평안한 곳에서 편히 쉬시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추도사를 맡은 김홍래 심장혈관 흉부외과 교수도 "지금도 본관 13층에 올라가면 복도에서 자전거 바퀴소리와 함께 선생님께서 손을 흔드시며 '안녕'이라고 인사하는 목소리가 들릴 것 같다"며 "(주 교수를) 생각하면 자비로움과 순수함이 떠오른다. 어떤 상황에서도 환자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셨고 새로운 생명과 위안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늘에서는 응급콜에 밤에 깨는 일 없이 편안하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영결식이 끝나고 운구 행렬이 식장을 천천히 빠져나가자 유가족과 동료, 지인들의 흐느끼는 소리는 더욱 커졌다.
주 교수의 배우자는 힘겹게 발걸음을 옮겨 운구차에 올랐다. 자녀들도 작은 소리로 흐느끼며 뒤를 따랐다. 동료들과 지인들은 침통한 표정으로 운구차를 향해 마지막 작별인사를 건넸다.
주변 사람들은 주 교수를 '환자밖에 모르는 사람'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주 교수와 같은 병원에 근무했다는 김모 씨는 "가족만큼이나 환자를 아끼는 사람이었고 병원 일을 가장 우선으로 생각하셨던 분"이라며 "수술이 있는 날에는 언제든지 달려오셨던 분이다. 남을 위해 살다가 가신 것 같아 더 안타깝다"고 기억했다.
주 교수와 같은 교회를 다녔다는 이모 씨도 "많은 일을 하셔야 될 분이 이렇게 먼저 가니 너무 마음이 아프다"며 "(주 교수를) 대체할 수 있는 분이 얼마나 되실까 싶다. 병원에서는 살아계신 예수님이라고 불리셨다. 인품도 훌륭하셨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교회 지인 A씨 역시 "살아계셨을 때 따뜻하고 사랑을 많이 주셨던 분이다. 다들 좋아하셨다"고 울먹였다.
주 교수는 지난 16일 오후 병원 인근 도로에서 자전거를 타고 횡단보도를 건너다 덤프트럭에 치이는 사고로 별세했다. 주 교수는 평소 응급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병원 10분 거리에 거주하며 진료가 없는 날에도 온콜(on-call, 긴급대기) 상태로 환자들을 돌봤다. 주 교수가 가족에게 마지막으로 남긴 말은 "환자 상태가 좋아져 기분이 좋다"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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