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조소현 기자] 학교폭력 피해자에게 피해 사실을 입증해 보라며 반 아이들 앞에서 속옷을 내리게 한 담임교사가 '혐의없음(범죄인정안됨)' 의견으로 검찰에 넘겨졌다.
20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 방배경찰서는 동영상 제작업체 '무엇이든 표현하는 남자'(무표남) 대표 박한울 씨가 17년 전 담임교사 A씨를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고소한 사건을 지난 13일 혐의없음(범죄인정안됨) 의견을 달아 검찰에 송치했다.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24조에 따라 아동학대 사건은 검찰에 무조건 송치하도록 돼 있다. 다만 혐의없음 등 경찰이 의견을 달 수 있다. 사실상 사건은 종결된 셈이다.
이에 앞서 박 씨는 초등학생이었던 17년 전 현역 프로야구 선수인 B씨에게 학교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문화상품권을 사준다고 거짓말을 했다는 이유로 몸과 얼굴을 가격당했고 체육시간에 축구를 못한다는 이유로 욕설을 들었다고 한다.
박 씨는 당시 급소를 폭행당해 체육활동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담임교사였던 A씨가 박 씨를 교실 앞으로 불러내 속옷을 벗고 '부상을 입증하라'고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박 씨는 A씨를 아동학대 등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그러나 경찰은 지난달 17일 혐의없음(범죄인정안됨) 판단을 내리고 검찰에 넘겼다. 검찰은 이틀 뒤인 지난달 19일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했으나 이번에도 같은 판단을 내렸다.
경찰은 교사가 박씨의 바지를 내리게 한 행위는 인정되지만 정서적 학대로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씨 진술이 피해 사실 묘사는 구체적이지만 감정표현이 자연스럽지 않다고 분석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박 씨는 "아버지가 자녀에게 '반성할 거면 옷을 모두 벗어라'고 해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된 사례가 있었다"며 "아동학대인데도 아동학대가 아니라는 (경찰의) 주장에 대해 사례를 중심으로 검찰 단계에서 반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의 이같은 결정이 이례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법원도 정서적 학대 범위를 폭넓게 인정하는 추세라는 것이다. 노윤호 변호사(법률사무소 사월)는 "오래된 사건은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보는 경우는 많으나 행위가 있었고 증거도 있다면서 정서적 학대에 이르지 않았다고 보는 경우는 흔치 않다"며 "피해자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아동학대라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학교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현역 프로야구 선수 B씨는 박 씨를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 관악경찰서에 고소했다. 박 씨는 오는 22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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