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장원 인턴기자] 동덕여대 '쓰레기차 참변' 사고가 발생한 지 열흘이 넘었지만 학생들과 학교 사이의 갈등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학교는 캠퍼스 내 안전강화 대책을 마련했지만 학생들은 총장 사퇴까지 요구하고 있다.
17일 동덕여대 등에 따르면 학생들은 지난 13일부터 학교에 재학생 양모(21) 씨 사고 후속 대책을 요구하면서 본관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다.
아동학과 3학년이던 양씨는 지난 5일 오전 8시50분께 교내 언덕길에서 쓰레기 수거작업을 하던 1t 트럭에 치이는 사고를 당했다. 운전자는 80대 남성이다. 양씨는 이틀 뒤인 7일 오후 7시20분께 사망 판정을 받았다.
지난 14일 동덕여대 캠퍼스는 입구부터 학생들의 분노가 느껴졌다. 교문에는 '불통행정 규탄한다', '학교가 학생을 죽였다' 등의 문구가 적힌 크고 작은 종이들이 붙어 있었다.
차량 차단봉부터 설립자 동상, 마스코트 '솜솜이'에 이르기까지 김명애 총장과 조원영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종이 부착물로 가득했다. 총장실이 있는 본관 입구는 출입이 불편할 정도였다.
학교가 사고 이후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학내 곳곳 후속대책이 실행된 흔적도 보였다.
사고 발생 지점인 언덕길 서편에 있던 데크 계단에는 손잡이가 설치됐다. 언덕길 위쪽의 쓰레기 집하장은 사라졌다.
이외에도 학교는 14일 교내 안전강화 계획을 공지했다. 단기적으로는 언덕길을 미끄럼방지 도로로 바꾸고, 각종 사고 위험 구간에는 핸드레일을 설치하기로 했다. 또 외부 안전 전문가를 통해 교내 안전 예방 대책을 수립하고, 노후된 건물을 신축하는 등 중장기 계획도 마련했다.
다만 학생들의 시선은 여전히 곱지않다. 이같은 대책 수립 역시 학교의 일방적 소통이라는 것이다.
재학생 박모(23) 씨는 "그냥 급한 불 끄듯이 해놓고선 본인들은 대처했다는 식으로 나오고 있다"며 "완벽한 형식을 갖춰 사과를 먼저 하고, 학교가 (사고의) 책임을 제대로 진다는 것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고가 발생한 5일 오전 8시50분부터 피해자 고 양씨가 숨을 거둔 7일 오후 7시20분까지 58시간 동안의 학교 행적을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양씨가 소속된 아동학과 관계자는 "사고가 발생하고 사망 소식이 들릴 때까지 학교는 정말 아무런 말이 없었다"며 "학교는 그 시간 동안 도대체 무엇을 했는지를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교 측이 아동학과가 주관한 분향소 설치를 꺼려했다는 주장도 있다. 학과 관계자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거라도 하겠다며 분향소 설치 의사를 밝혔는데, 학교가 '아직 사고를 모르는 사람이 있으니까 대외적으로 (분향소를)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대답을 들었다"며 "학과 차원에서 유가족과 연락해 허락을 받았다고 하자 그제서야 학교 측에서 지원을 해줬다"고 지적했다.
다만 학교 측은 분향소 설치를 막은 이유가 있었다고 맞선다. 학교 관계자는 "사고 발생 이후 유족 분들과 소통을 하던 중에 (피해 학생이) 아직 뇌사 상태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아직 사망 판정이 나지 않은 상황에서 공식적으로 (분향소를) 설치해선 안 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학교와 학생들은 사고 발생 열흘 만인 지난 15일 만나 첫 면담을 가졌지만 평행선을 달렸다. 김명애 총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와 총학생회를 중심으로 하는 중앙운영위원회(중운위)는 교내 안전대책 강화 방안 등을 논의했지만 합의점을 찾는데 실패했다.
양측은 안전 대책 수립 및 시행을 놓고 학생 의견 청취, 교직원 채용기준 강화, 총장의 사과문 게재 등 일부분은 합의했지만 총장 사퇴 여부를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학생들은 김 총장의 사퇴를 강하게 요구했지만, 김 총장이 거부하면서 회의는 파행됐다.
김서원 총학생회장은 "요구안의 첫 줄은 총장 사퇴"라며 "이번 일의 총책임자가 총장일 뿐만 아니라 (총장에게) 이전부터 여러 문제가 있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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