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최의종 기자] 코로나19 신약 임상 승인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핵심 인물 구속에 실패하면서 동력이 여의치 않은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 관련 녹취록을 들여다보고 있는 상황에서 실체를 규명할지 관심이 쏠린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검 식품의약범죄조사부(박혜영 부장검사)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알선수재)과 업무상횡령 혐의 등을 받는 여성 건강 전문기업 대표 양모 씨와 지인이 나눈 통화 녹취록을 확보했다.
양 씨는 지난 2021년 코로나 치료제 신약 개발을 추진한 제약업체 G사 이사 강모 씨에게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임상 승인이 나도록 도와달라는 청탁과 그 대가로 양 씨 회사 CB(전환사채) 6억원과 현금 3억원 총 9억원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G사는 그해 10월 식약처에서 국내 2·3상 임상시험 계획을 승인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녹취록에는 민주당 소속 A씨에게 '코로나19 신약 임상실험이 승인되도록 당시 식약처장에 말해달라'는 취지로 요청했다는 양 씨와 지인의 대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양 씨 측은 사실관계는 인정하는 입장이다. 양 씨 측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양 대표가 A의원에 문자를 보냈는데 처음엔 답장이 없었고, 강 이사가 다시 물어보길래 연락했더니 '식약처장에게 국부 유출은 막아야 하지 않겠느냐. 잘 살펴봐 달라'고 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단순 민원 처리를 무리하게 수사한다는 주장이다. A의원은 자전거 관련 동아리 활동을 함께 하면서 가까워졌다고 한다. '오빠' '동생'이라고 부르는 관계가 됐고, 이를 알게 된 강 이사가 양 씨에게 'A의원을 통해 식약처 승인이 나도록 도와달라'고 요청했다는 것이다.
지난 1월 G사와 식약처, 양 씨 자택 등을 압수수색하며 수사에 나선 검찰은 강 이사와 양 씨 등을 조사하며 사실관계를 파악했다. 식약처 임상실험 승인 담당자들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지난달 23일 양 씨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강 이사와 양 씨 연결고리부터 구체적으로 파악한 뒤, 본격적으로 A의원과 식약처까지 확인할 계획이었다. 다만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서울서부지법은 영장을 기각했다. 당시 양 씨 측은 9억원을 놓고 로비 대가가 아니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 씨 측의 해당 주장은 법원을 설득한 것으로 보인다. 법원은 영장 기각 사유로 "이미 상당한 증거가 확보돼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수수된 금전 성격에 관해 다툼 여지가 있다"라고 밝혔다.
양 씨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강 이사와 양 씨 연결고리 규명조차 원점으로 돌아온 셈이다. 검찰은 영장 기각 이후 아직 양 씨 조사를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향후 수사는 대가성 입증과 임상실험 승인 과정 위법성 파악 여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도 사건에 관심을 보여 실체 규정에 대한 어깨는 무거워졌다. 국민의힘은 지난 10일 해당 사건을 놓고 "식약처 게이트에 대한 철저한 검찰수사를 통해서 국민 건강과 생명권을 내팽개친 민주당 의원과 범죄 연루자에 대한 일벌백계가 반드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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