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장혜승 기자] 예산지원 중단 위기에 몰린 TBS가 5년 내 정원 20%를 감축하겠다는 쇄신책을 내놓았다.
정리해고, 희망퇴직 등 인위적인 구조조정 없이 신규채용을 중단하는 방식으로 감원을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13일 TBS에 따르면 전날 발표한 공영성 강화를 위한 TBS 혁신 방안에 따라 향후 5년 동안 정원 20% 감축을 추진할 계획이다.
TBS 정원은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398명이다. 계획대로라면 약 80명 가량을 줄이는 셈이다.
방향은 인위적인 조정 대신 정원 자연감소분을 활용하는 쪽으로 잡았다.
TBS 관계자는 "정리해고나 희망퇴직 계획은 없다"며 "퇴사자의 자리를 채우지 않고 신규채용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큰 방향"이라며 "세부내용은 논의 중인 단계"라고 말했다.
TBS는 서울시의회가 편향성을 지적하며 내년부터 서울시의 예산 지원을 중단하는 조례를 통과시키면서 앞날을 알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당장 올해 예산도 지난해보다 88억 원 삭감됐고, 시가 추경안에 73억 원을 편성했지만 통과 여부는 미지수다. 이에 강도 높은 쇄신을 추진하며 몸집 줄이기에 나선 모습이다.
'서울특별시 출자·출연기관의 운영에 관한 조례'에 따르면 출자·출연기관의 장은 경영 합리화를 위해 조직과 인력을 필요한 최소한으로 운용해야 한다. 또 출자·출연기관의 장은 기관의 업무를 총괄하며 경영성과에 대해 책임을 진다고 규정했다.
정 대표는 전날 브리핑 때 기자들과 질의응답에서 "(그동안) 열심히 운영해왔지만 방만한 것도 사실이었고, 시의회에서 요구하는 것도 서울시에서 요구하는 것도 정원이든 현원이든 객관적 지표가 필요하다고 했다"며 "일정 기간 방만하게 운영한 측면이 있어서 책임지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원 감축에 초점을 맞추기보단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역량과 노동강도를 고민한 것으로 이해해달라"고 덧붙였다.
노조 측은 정원감축 뿐만 아니라 당장 내년부터 시 출연금이 끊기는 상황에 대한 우려가 더 크다는 입장이다.
이미 올해 예산 삭감으로 엑셀, 포토샵 등 각종 프로그램의 라이센스 비용도 지불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엑셀 등 MS 계열 프로그램은 사용하지 못하고 한글 프로그램만 구매했다고 한다.
이정환 서울특별시미디어재단 TBS노동조합 위원장은 "직원을 줄이겠다는데 좋아할 직원이 어디 있겠나. (회사가) 정상운영된다고 했을 때 인원이 감소하면 그 인원만큼 업무량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며 "다만 내년부터는 법적으로 시 출연금을 지원받을 근거가 사라지면서 독자적 운영이 불가능한 상황이라 TBS가 유지되느냐 마느냐가 더 관심사"라고 말했다.
이어 "혁신안이 완성되기 전까지 대표와 꾸준히 만남을 가져왔다"면서도 "정원 감축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은 있었는데 구체적 방안이나 5년에 걸쳐 정원 20%를 감축한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고 부연했다.
정원 감축에 따른 연장근로 문제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이번 계획에는 전 직원 연장근로를 제한해 관련 예산을 지난해보다 59% 줄인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에 대해 정 대표는 전날 "직원들을 착취하겠다는 건 아니고 피치 못하게 연장근로를 할 경우 보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예전에는 본부장 전결로 처리하던 사안을 이제 대표가 관리하고 통제해서 (연장근로를) 줄여나가고 앞으로도 그런 기조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고민을 말씀드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TBS의 혁신안에 서울시는 긍정적인 분위기다.
서울시 관계자는 "방송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갖추고 시민을 위한 방송으로 거듭나겠다는 방향성에 공감한다"며 "정원감축의 세부 절차는 서로 협의해 다시 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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