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황지향 인턴기자] 수사기관이나 법원에 출석했던 건설노동자 중 절반 이상이 스트레스 고위험군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일부는 극단적 선택 생각까지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건설노동조합(건설노조)은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노조 탄압과 국가폭력으로 인한 심리적 위기 긴급 점검 실태조사 결과 발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은 결과를 발표했다.
심리치유단체인 두리공감이 경찰, 검찰 등에 출석한 경험이 있는 조합원 1027명을 대상으로 실시했으며 건설노조는 설문에 응답한 295명의 답변을 분석한 중간 집계 결과를 이날 발표했다. 조사는 △기초항목(성별, 나이 등) △마음 건강(사회심리 스트레스) △자살 생각 △일반건강(수면·알코올 섭취 변화 등) △호소증상 등 5개 항목으로 진행됐다. 응답자의 평균 나이대는 약 52세, 노조 활동 기간은 평균 9.76년이다.
집계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약 55.3%가 사회심리 스트레스 부문에서 '고위험 스트레스군'으로 나타났다. 일반 사업장의 11.7%보다 높다.
우울감 또한 높았다. '중간 정도의 우울'(29.2%)과 '심한 우울'(15.9%)은 45.1%로 절반에 가까웠다.
295명 중 196명인 66.4%가 불안감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건강하다는 응답자는 99명으로 33.6%에 그쳤다.
'최근 2주 동안 차라리 죽는 것이 더 낫겠다고 생각하거나 자해할 생각을 했는가'라는 질문에는 '2주 중 2~6일 한다'고 답한 노동자가 57명, '7~12일 한다'고 답한 노동자가 18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자 16명이 '거의 매일' 한다고 답했다. 응답자 중 30.8%가 극단적 선택까지 생각하는 셈이다.
이 밖에도 수사기관의 조사에 임한 뒤 47명이 '대인기피' 증상이 생겼다고 답했으며 짜증·불안·무기력 증상을 호소하기도 했다. 수면의 질은 떨어졌고 알코올 섭취는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조사에 임했던 건설노동자들의 증언도 있었다.
지난 3월 마포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았다는 형틀 목수 노동자 A씨는 "(조사를)한 달 뒤에 한 번 더 가서 받았는데 가기 전 2주 동안의 시간이 악몽 같았다"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지금도 답답하고 억울하다. 처음에 가서 범죄자 취급받고 두 번째 받으러 오라고 했을 때는 잠도 못 자고 자다 깨고를 반복해 잠 못 이루는 날들의 연속이었다"고 말했다.
장경희 두리공감 상임활동가는 건설노동자들의 상황을 '심리적 위기'라고 보고 진정한 사과와 명예 회복이 필요하다고 지적하면서 노조 탄압이 중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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