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광화문=이상빈 기자] 스무 살 태극전사들이 아르헨티나에서 '빗장수비'를 뚫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동안 대한민국 서울 광화문광장에서는 응원 구호가 울려 퍼졌습니다.
아르헨티나 현지시간으로 8일 오후 6시. 12시간 빠른 대한민국에선 9일 오전 6시에 2023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준결승전이 킥오프했습니다. 해가 막 떠오른 이른 시각에도 광화문광장은 이탈리아와 결승 진출을 놓고 겨루는 태극전사들을 응원하려고 모인 시민으로 북적였습니다. 대형 스크린 앞 정사각형 공간이 꽉 찰 만큼 많은 시민이 목소리를 높여 대표팀에 힘을 실어 줬습니다.
거리응원에는 성별과 연령은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한국 A대표팀부터 토트넘 홋스퍼 손흥민(31)까지 사람들이 입고 나온 여러 종류의 유니폼만으로도 축구라는 매개체가 얼마나 다양한 사람을 결집하게 하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이날 한국은 이탈리아에 1-2로 석패했습니다. 전반 14분 만에 상대 에이스 체사레 카사데이(20·레딩 FC)에게 실점해 0-1로 끌려가다 9분 만에 이승원(20·강원FC)의 페널티킥 동점골로 균형을 맞췄습니다. 하지만 후반 41분 시모네 파푼디(17·우디네세 칼초)에게 왼발 프리킥 골을 내주면서 끝내 승부를 뒤집지 못했습니다.
이승원의 득점 순간 광화문광장이 큰 함성으로 물든 장면은 경기 결과를 떠나 거리응원의 짜릿한 묘미였습니다. 이런 전율을 느낄 수 있는 것도 거리응원에서나 가능한 일입니다.
축구 팬과 시민들의 응원이 승리로 이어지진 못했지만 태극전사들이 준결승전까지 패배 없이 달려온 여정은 박수받기에 충분합니다. 조별리그 3경기부터 토너먼트 3경기까지 선수들은 3~4일 간격의 살인적인 일정을 보냈습니다.
태극전사들은 12일 이번 대회 최대 돌풍의 팀 이스라엘과 3위 결정전에 나섭니다. 태극전사들에겐 유종의 미를 거둘 경기이자 축구 팬들에겐 그들의 귀국 전 라스트 댄스를 볼 기회입니다. 예상을 뒤엎고 4강까지 오르며 기적을 보여준 한국의 U-20 월드컵은 이렇게 마무리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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