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송주원 기자] 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의 정점인 송영길 전 대표가 재차 검찰에 자진 출석한 것과 관련해 검찰이 "본인과 측근에 대한 법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라며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검찰 관계자는 8일 취재진과 만나 "소환 조사는 수사의 한 방식으로 수사팀에서 실체를 규명하기 위해 필요한 시기에 부르는 식으로 절차가 진행되는 것이지 피조사자가 일방적으로 요구하거나 재촉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송 전 대표 조사 일자가 협의된 바도 없고, 아직 송 전 대표를 조사할 단계는 아니라고 덧붙였다.
송 전 대표는 전날(8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에 자진 출석했다. 송 전 대표는 지난달 2일에도 자진 출석했으나 조사를 받지 못하고 돌아갔다. 전날 역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김영철 부장검사)에 출석해 면담을 시도했지만 불발됐다.
검찰 관계자는 "변호사인 송 전 대표 역시 (수사 절차를) 잘 알고 있음에도 이러한 행태를 반복하고 계신 건 본인이나 측근의 법적·정치적 책임을 모면하기 위한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송 전 대표는 전날 로비에서 가로막힌 뒤 기자회견을 열고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에 연루된 김건희 여사에 대한 검찰의 수사와 민주당 수사를 비교하며 "고양이 앞에 쥐 같은 모양새"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검찰 관계자는 "피의자가 자신의 사건에 대해 해명하지 않고 별개의 사건을 언급하며 저희 수사팀 수사를 폄훼하는 발언을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라고 반박했다.
도이치모터스 사건 수사에 대해서는 "사안의 실체적 규명을 위해 순차적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고 권오수 전 회장 등을 포함해 관련 조사가 계속 진행되고 있다. 수사 대상이나 방식에 전혀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며 "(수사 진행 정도를) 수치화하기는 어렵지만 대략 많은 부분이 확인·진행돼 나가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송 전 대표는 검찰이 후원조직으로 알려진 '먹고사는 문제 연구소'(먹사연)의 어린 직원에게 윽박을 지르고 협박하는 등 강압적인 수사를 벌였다고도 주장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러한 주장에 대해 "적법한 절차를 준수해 인권 보호 수사를 하고 있다"며 부인했다. 그러면서 "송 전 대표 측에서 계속 수사팀 흠집 내기 발언을 하시는데 어느 사건보다 공정하고 엄중하게 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송 전 대표의 발언에 대해 다시 한번 유감을 표한다"라고 말했다.
송 전 대표는 이른바 '깡통폰'을 제출하게 된 경위에 대해서도 "프랑스에 갈 때 로밍하면 요금이 많이 나와 한국 휴대전화를 폐기했다"며 "프랑스에서는 학교에서 제공한 프랑스 휴대전화를 사용했고, 귀국해서 새로 사용한 휴대전화를 제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휴대전화를 바꿀 합당한 사정이 있었는데도 검찰에서 증거인멸 행위로 몰아간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송 전 대표 측은 저희가 행위를 바탕으로 증거인멸 여부를 판단한다고 오해하시는 것 같은데 어떤 증거 자료를 확보했을 때 증거인멸 행위가 있었는지 여부는 전후 사정을 확인하고 판단한다"며 "저희가 판단할 영역이지 피조사자가 스스로 증거인멸이 되는지 안 되는지 판단할 영역은 아니라 생각한다"라고 잘라 말했다.
검찰은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당시 송 전 대표 캠프에서 송 전 대표의 당선을 위해 모두 9400만 원을 당내에 살포했다고 보고 수사 중이다. 이 사건으로 강래구 한국감사협회 회장이 구속 기소됐고, 이성만·윤관석 무소속 의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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