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최의종 기자] 지난 4월 특전사령부 제9공수특전여단 병사 사망 사건이 사실상 인재였다는 주장이 나왔다.
군인권센터(센터)는 8일 서울 마포구 센터 교육장에서 '특전사 9여단 병사 사망 사건, 막을 수 있었던 인재'라는 제목의 기자회견을 열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부검 결과를 발표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에 앞서 지난 4월1일 인천 소재 특전사 9여단 생활관에서 낮잠을 자던 상병 A씨가 몸이 경직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숨진 사건이 발생했다. A씨는 지난해 6월 수송 특기를 받아 수송병으로 일했다가 부상 등으로 행정병으로 보직이 변경됐다.
센터에 따르면 선임 4명은 A씨가 꾀병을 부린다고 생각하며 폭언했다고 한다. 센터는 "의무기록에는 '사람들이 뒤에서뿐 아니라 앞에서도 욕을 한다'고 괴로워하는 내용도 쓰여 있다"고 밝혔다. 센터는 A씨가 관심 대상으로 분류돼 있었으나, 소속 부대 간부가 방치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지난 2월 말 한 차례 극단 선택을 시도하다 제지당했으나 면담을 진행한 중대장은 업무 변경 등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것이 센터 주장이다. 지난 3월 군 병원 의무기록에 따르면 A씨가 약물 과다 복용 같은 방법을 고려했다고 한다.
센터가 공개한 부검 결과에 따르면 A씨 사인은 약물 과다 복용으로 인한 급성 약물 중독이다. 복용 중이던 정신과 등 약물을 혈중농도가 치사량에 해당하는 양으로 다량 복용했다는 것이 내용에 담겨있다.
군사경찰은 중대장과 행정보급관, 폭언했다는 선임병들, 여단 참모장, 본부근무대장 등을 상대로 조사하며 수사를 진행 중이다. 센터는 행정보급관이 오는 8월에 전역해 정확한 책임자 처벌이 어려울 수 있다며 신속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A씨 어머니는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해 "몇 시간 전에 함께 고기를 구워 먹고 이틀 후에 휴가 나온다며 다시 만나자고 인사 나눴는데 그 절망과 절규를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겠냐"며 "군 간부와 아들에 상처 준 이들은 상응한 처벌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센터는 "낯선 군 생활에 부적응할 수 있고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여러 제도와 시스템을 갖춰 두는 것이지만 근본적으로 운영 주체들이 병력을 소중히 여기고 책임을 다하지 않는다면 무용한 것"이라며 "최근 빈발하는 사망 사건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점검·반성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육군 수사단은 "사건초기부터 민간경찰과 공조해 사망원인을 밝히기 위해 다각적인 수사를 진행했다"며 "유족이 제기한 부분도 한점 의혹 없도록 투명하고 철저하게 수사를 진행할 것이며, 향후 최종 수사결과 설명회 등을 통해 관련 내용을 유족과 소통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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