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최의종 기자] 경찰이 국가정보원장 재직 시절 채용 비리 의혹으로 박지원·서훈 전 원장에 강제 수사에 나섰다. 박 전 원장의 국정원 원훈석 교체 직권남용 의혹도 수사하고 있다. 경찰판 특수부로 불리는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가 수사력을 집중하는 모양새다.
27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지난 24일 오전 업무방해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박 전 원장과 서 전 실장(전 국정원장)의 자택, 서울 서초구 국정원 본청 원장 비서실장실과 기획조정실 등에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올해 초 자체 감사를 벌인 국정원 의뢰를 받아 수사에 나선 경찰은 박 전 원장 등을 압수수색하며 휴대전화를 확보했다. 국정원 자료는 공무상 비밀로 기관 허락 없이 압수할 수 없어 임의제출 형식으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원장은 원장 재직 시절인 지난 2020년 8월 본인 보좌진 출신 강모 전 비서관과 박모 전 비서관 등을 서류심사와 면접 등 정당한 절차 없이 국정원 산하 기관 국가안보전략연구원(전략연) 연구위원으로 채용하도록 한 혐의를 받는다.
강 전 비서관은 목포시의원과 전남도의원, 박 전 원장 국회의원 비서관 등을 지냈다. 박 전 비서관 역시 박 전 원장 국회의원 시절 비서관으로 일했다. 이들은 각각 수석연구위원과 책임연구위원으로 채용됐다.
서 전 실장은 지난 2017년 8월 전략연 채용 기준에 미달한 조모 씨를 연구기획실장으로 채용하도록 한 혐의가 있다. 경찰은 서 전 실장이 조 씨를 채용하기 위해 인사 복무규칙 변경을 지시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조 씨는 전략연에서 일하며 논란을 일으켜 수사선상에 올랐다.
전략연 행정부원장으로도 근무한 조 씨는 사적 용도로 전략연 건물 일부 호실을 이용한 의혹을 받는다. 수천만원이 들어간 인테리어 공사로 침대와 바 시설을 구비하고, 여러 차례 '술 파티'를 벌였다는 의혹이다.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약 10억원 상당 피해를 입힌 것으로 보고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업무상횡령)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다만 법원은 지난 23일 "다툼의 여지가 있고 방어권을 충분히 행사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채용 비리 의혹 외에 국정원 원훈석 교체 과정에서 직권남용 혐의로 박 전 원장을 수사하고 있다. 재직 시절 원훈석 문구를 '신영복체'로 교체하는 과정에서 직원들에 부당한 압박을 가했다는 의혹이다. 이 사건도 국정원 의뢰로 수사가 시작됐다.
박 전 원장은 혐의를 부인하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 25일 오마이TV '성경환이 묻고 박지원이 답하다' 인터뷰에서 "휴대전화를 가져갔다는데 결국 무혐의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원훈석 수사 의뢰 보도 직후에는 "저도 어떤 사안인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경찰은 감사원법 위반 혐의로도 박 전 원장을 수사하고 있다. 서해 피격 공무원 고 이대준 씨 유족은 감사원 서면조사를 거부했다며 문재인 전 대통령과 박 전 원장, 서훈 전 원장을 고발했다.
문 전 대통령과 박 전 원장, 서 전 원장 사건은 각각 경남경찰청과 서울경찰청, 경기남부청에서 수사하고 있다. 서울경찰청은 박 전 원장을 놓고 피의자 조사 시 채용 비리 사건과 감사원법 사건을 함께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박 전 원장과 서 전 원장은 검찰 수사 뒤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여기에 경찰도 수사에 나선 모양새가 됐다. 이들은 이대준 씨 사건을 은폐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박정제 부장판사) 심리로 재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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