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장혜승 기자] "지난주보다 애들이 차분하네요, 벌써."
22일 오후 1시쯤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동물복지지원센터 구로센터. 서지형 반려동물행동지도사(트레이너)가 센터 내부 교육장에서 얌전한 자세로 교육을 듣고 있는 5마리의 반려견들을 둘러보며 이렇게 말했다.
이날 모인 반려견과 보호자들은 서울 반려동물 시민학교 수강생들이다. 반려동물 시민학교는 어린 반려견의 예절 교육부터 문제행동 교정 등 반려동물의 생애주기별 맞춤형 교육을 진행하는 곳이다.
서 트레이너는 반려견 행동 교정을 반려인과 예비 반려인에게 교육하는 전문가다. 2016년부터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반려견 교육을 맡았다.
그는 "지금 제가 따로 말씀 안 드려도 아이들이 다른 데 가지 않고 제자리에 얌전하게 있으면 사료나 간식을 줘야 한다. 기본적으로 말씀 안 드려도 주는 거다"라고 설명했다.
이날 교육 내용은 1세 미만 강아지를 대상으로 한 사회화·예절 교육이다. 지난주 1주차 수업에 이은 두번째 수업이다.
2살 레오를 데리고 온 장윤정(51) 씨가 "레오가 어떤 사료나 간식을 줘도 안 먹고 예전에 물렸던 윗집 강아지가 아래층으로 내려오는 소리에도 예민하게 반응한다"고 고민을 털어놓자 서 트레이너는 "윗집 강아지도 여기 와서 교육받아야겠네요"라고 농담을 던졌다.
20분 정도 개별 반려견에 대한 고민 상담이 진행된 후 서 트레이너가 5마리의 반려견 앞에 초록색 매트를 놓고 강의를 시작했다.
매트 교육은 강아지 사회화의 핵심인 돌출 행동 예방의 기본 단계다. 반려견이 어느 장소에 가든 이동장에 자리를 잡는 게 분리불안 완화에 도움이 되는 것에 착안했다. 이동장에 들어가는 것을 무서워하는 반려견들이 초록색 매트에 자리를 잡도록 유도하는 게 교육의 뼈대다.
서 트레이너는 "매트 위에 (강아지가) 올라가면 칭찬해주고 간식을 보호자님 무릎 사이에 놓으라"고 설명했다. 이어 "(강아지가) 간식을 먹으러 완전히 뒷발까지 매트 밖으로 나왔다 다시 매트로 가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개별 반려견을 대상으로 꼼꼼하게 매트 교육을 진행하다 보니 1시간이 훌쩍 지났다.
서 트레이너는 "이제 다른 강아지를 무시하고 지나가는 연습을 해보겠다"며 레오를 데리고 칠판 앞에 섰다. 한 발자국씩 걸음을 옮기면서 "일단 간식은 숨겨야 한다"며 "줄도 평소보다 더 짧게 잡아야 한다. 중요한 건 칭찬을 자주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평소 다른 강아지들에 예민한 반응을 보였던 레오가 아무런 반응 없이 걷자 보호자인 장윤정 씨 입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서 트레이너는 "한 번 걸을 때마다 7번씩은 간식을 준다고 생각해야 한다"며 "칭찬에 너무 인색하신 것 같다. 충분히 잘 할 수 있다"고 격려했다.
보호자들이 한 번씩 반려견을 데리고 강의실 안을 걷는 연습을 한 뒤 서 트레이너는 강의실 칠판에 '1. 매트 2. 물건 1~2개 들고 연습'이라고 적었다. 수강생들에게 내는 숙제다.
서 트레이너는 "이번주 숙제 첫번째는 반려견들이 집에서 TV를 보든 밖에 외출을 하든 매트에서 벗어나지 않게 하는 거다. 두번째는 반려견이 싫어하는 물건 한두 개를 정해서 그 물건의 소리가 날 때마다 간식을 줘서 좋은 일이 생긴다는 걸 인식시켜줘야 한다"고 말했다. 물건에 대한 혐오감 완화가 목적이다.
숙제를 끝으로 교육은 마무리됐다. 장 씨는 "그 전에는 레오가 산책을 나가자마자 소몰이하듯 튀어나가서 소몰이견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였는데 교육을 한 번 듣고 난 후로는 제가 원하는 방향대로 통제가 잘 된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반려동물 시민학교 교육은 서울동물복지지원센터 마포센터와 구로센터)에서 온·오프라인으로 7월까지 진행된다. 참여 신청은 서울시동물복지지원센터 홈페이지에서 가능하며 선착순 마감이다. 비용은 무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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