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정채영 기자]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출신 교사를 부당 채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측이 항소심 첫 재판에서 혐의를 거듭 부인했다.
서울고법 형사13부(김우수·김진하·이인수 부장판사)는 22일 오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조 교육감의 항소심 첫 공판을 진행했다.
조 교육감 측 변호인은 "특채는 교원 정치적 기본권 확대 등 공적 가치 실현을 위한 정책적 결정이었다"며 "검찰은 최근 가장 핫한 이슈인 직권 남용 인사 채용 비리 등 공분을 사는 프레임을 걸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원심 판결을 보면 피고인의 직무상 권한 행사에 관한 공소 사실은 6개의 공문서 작성이라고 돼 있다. 하나하나 판단하지 않았다"며 "판단하면 법률상 위법이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채용된 5명은) 선거법 위반으로 퇴직한 사람으로서 당시 인사 담당 직원이 전부 반대했고 특별 채용을 추진할 이유가 없었음에도 맞춤형 공모 조건을 만들어 진행했다"며 "다른 지원자들에게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공정 경쟁이 애초에 불가능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또 "특별 채용 인원으로 신규 채용 인원에 영향을 줬다"며 "부정 인사 청탁한 것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반성하지 않는 피고인들에 선처 여지가 없다"고 비판했다.
검찰은 이 사건과 유사한 사건의 대법원 판례를 들어 1심의 형량이 가볍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검찰은 "금융감독원장이 한 국회의원 아들을 채용한 사안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며 "본건은 위와 5명 채용이라는 중대한 결과를 초래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오후 1시 58분께 법원에 도착한 조 교육감은 "제 문제로 서울 시민과 서울교육공동체 여러분께 심려 끼쳐 죄송하다는 말씀을 전하고자 한다"며 "2018년 특별 채용과 관련해서 서울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교육감으로서 어떠한 위법적 지시도 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서울시민이 위임한 권한을 행사하면 결코 부끄럽게 행정하지 않았다는 점을 소명하겠다"며 "무엇보다 재판받는 기간에 아이들을 지원하는 일에 차질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직권남용 사실이 없다는 주장을 항소심에서도 유지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네"라고 짧게 답한 뒤 법정으로 향했다.
이날 법정은 조 교육감의 지지자와 반지지자 60여 명으로 가득 찼다. 일부 방청객은 소란을 피워 법원 청사 직원들에게 제지를 받기도 했다.
조 교육감은 전 비서실장인 한모 씨와 함께 2018년 전교조 출신 교사 등 5명을 특별 채용하는 과정에서 직권을 남용해 인사담당자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혐의를 받는다. 채용된 교사는 선거법 위반 혐의로 유죄가 확정된 뒤 퇴직한 이들이다.
한 씨는 면접 심사위원에게 전화해 해직 교사 1명에 대해 "강제 퇴직한 교사를 특채로 구제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면접 중인 위원 2명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낸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채용 과정에서 사실상 특정 인물을 내정해 놓고 공개·경쟁 시험인 것처럼 가장해 채용 절차를 진행하고 일부 심사위원에게 특정 대상자에 고득점을 부여하도록 한 것으로 보고 있다.
1심은 조 교육감의 위법·부당 행위를 인정해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했다. 1심 재판부는 "특채 절차를 공정하고 투명하게 지휘·감독할 의무가 있음에도 공정경쟁을 가장해 임용권자의 권한을 남용해 부당한 영향을 끼쳤다"고 지적했다.
한 씨에게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현행 지방교육자치법에서는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될 경우 직을 상실하게 된다. 다만 조 교육감이 항소하면서 재판 진행 중에는 교육감직을 유지하게 됐다.
chaezero@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