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유족 "증거인멸 경찰 정보라인 엄벌해야"


서울청 전 정보부장 등 첫 공판 앞두고 기자회견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가 22일 서울 마포구 서부지법 앞에서 증거인멸행위로 기소된 경찰간부들에 대한 재판부의 엄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장원 인턴기자

[더팩트ㅣ이장원 인턴기자] 10·29 이태원참사 당시 경찰 간부들의 증거인멸 혐의 사건 첫 공판을 앞두고 유가족들이 당사자들의 엄벌을 촉구했다.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유가협)와 시민대책회의는 22일 서울 마포구 서부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주장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이태원참사 TF(민변 TF) 천윤석 변호사는 "지시를 받고 실제로 보고서를 삭제한 용산경찰서 정보과 A 경위는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했다"면서 "부하 직원은 잘못을 인정하는데 정작 지시를 한 고위간부들은 발뺌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태원참사가 발생해 경찰이 책임이 거론되는 시점에서 해당 보고서엔 '이태원 참사의 진상 규명'이라는 새로운 목적이 부여됐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30일 핼러윈 기간 이태원 일대의 인파 운집을 예상한 보고서를 삭제하라고 지시했다는 혐의로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과 김진호 전 용산경찰서 정보과장을 구속기소했다.

박 전 부장과 김 전 과장은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하고 있다. 규정에 따라 보고서의 목적이 달성돼 폐기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자기증거인멸에 해당돼 증거인멸죄가 성립될 수 없다는 피고인측 주장을 놓고 유가족 측은 "피고인들은 여러 경찰 관계자들의 이태원참사 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 증거를 인멸했다"며 "자신들이 아닌 다른 경찰 관계자들에 대한 증거인멸죄를 범했다"고 반박했다.

이들은 97명의 희생자를 낳은 영국 힐즈버러 압사 사고와 이번 사건의 유사성을 들며 책임자 처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전수진 민변 TF 미국변호사는 "힐즈버러 참사 직후 영국 경찰은 증거인멸과 진실 은폐로 책임자들의 처벌을 방해했지만 이후 독립조사위원회에서 진실이 밝혀졌다"며 "이태원참사 이후 경찰의 조직적 은폐 사실이 이번 재판을 통해 명백히 드러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재판은 이날 오후 2시 30분부터 서부지법에서 진행 중이다.

bastianle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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