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산 장애' 매도 못 한 투자자…법원 "고점 아닌 평균 기준 배상해야"


원고 "계약 체결 못해 5228만원 손해 배상 요구"
법원 "회사 배상 의무 있으나 합리성 부족"

전산 장애로 투자자가 제때 주식을 팔지 못해 손해를 봤어도 고점을 기준으로 배상하지 않아도 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더팩트DB.

[더팩트ㅣ정채영 기자] 전산 장애로 투자자가 제때 주식을 팔지 못해 손해를 봤어도 '고점'을 기준으로 배상하지 않아도 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34단독 홍은기 판사는 투자자 A씨가 한국투자증권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고(한국투자증권)가 원고(A씨)에게 1600만 원을 지급하라"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지난해 8월8일 한국투자증권의 홈트레이딩시스템(HTS)과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은 시스템 전원 문제로 회사 내부 시스템 접속이 중단됐다. 오후 4시부터 다음 날 오전 7시까지 15시간 동안 이어진 오류로 시간 외 거래나 해외주식 거래를 하는 투자들이 피해를 봤다.

A씨도 MTS를 이용해 주식위탁매매거래를 하는 개인 투자자로 전산장애로 인해 이날 매도하려던 계약을 체결하지 못했다.

전산장애가 해결된 후 10건의 계약을 체결했으나 원하는 시점에 매도하지 못해 약 5228만 원 상당의 차익금을 얻지 못한 A씨는 한국투자증권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한국투자증권은 회사 내부 보상 기준에 따라 평균 가격 산정 방식으로 A씨에 대한 보상액으로 1600만 원을 책정했는데, 재판부도 이 금액만 보상하면 된다고 판단했다. 사실상 회사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재판부는 회사는 "고객이 원활하게 주식위탁 거래를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정상적으로 유지·운영해야 할 계약상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주문이 접수되지 않았다"며 "그와 같은 불법행위로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A씨가 주장하는 시점에 매도 의사가 있었고, 지수가 체결 가능한 수치였다는 점이 입증돼야 하지만 주문을 시도했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실시간으로 수많은 거래가 이뤄지는 주식거래에서 체결 가능성을 고려하면 피고의 보상 기준은 합리성이 부족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의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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