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조소현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 계엄령 검토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허위 공문서를 작성한 혐의를 받는 기우진 전 국군기무사령부 5처장이 1심 무죄를 뒤집고 항소심에서 유죄 선고를 받았다.
서울동부지법 형사항소1-3부(소병석 부장판사)는 18일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등 혐의로 기소된 기 전 처장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기 전 처장은 1심에서 증거 부족으로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러나 검찰은 사실오인과 법리오인을 이유로 항소를 제기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소강원(당시 3처장)의 지시에 따라 계엄 관련 문건 작성을 위해 '계엄 태스크포스(TF)'를 운영했고, 전경일 전 중령에게 문서에 들어갈 내용 등을 가르쳐줬다"며 "허위공문서 작성과 행사에 대한 고의가 있었다"고 말했다.
위법성도 인식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인가되지 않은 이동식저장장치(USB)를 사용하고 최종 작업 후 노트북 포맷했다. 모든 문서를 파기한 점에 비춰봐도 위법성 여부를 인식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공전자기록 등 위작 교사 혐의에 대해서는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교사범이 성립되려면 교사 행위와 함께 지시를 받은 정범의 실행이 있어야 하는데 지시를 받고 위작 행위가 벌어졌다고 보기에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직무 범위를 벗어나는 계엄령 관련 요건 등을 검토해 작성하고, 이를 숨기기 위한 목적으로 허위 문서를 작성한 것은 불리한 정상"이라면서도 "군 상사의 지시를 거역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는 점, 전과가 없는 점, 성실히 근무해 온 점 등은 유리한 정상"이라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기무사 지휘부는 박 전 대통령 탄핵 심판이 진행되던 지난 2017년 2월 '계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계엄을 선포·실행하기 위한 방안이 담긴 '계엄 검토 문건'을 작성했다. 기 전 처장은 이 사실을 숨기기 위해 허위 공문서를 작성하고, 문건 제목 일부를 수정하라고 지시한 혐의로 기소됐다.
같은 혐의로 함께 기소된 소강원 전 기무사 부대장은 지난 2월 서울서부지법 항소심에서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전 모 중령도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지난해 10월 대법원에서 벌금 300만원의 선고유예가 확정됐다.
계엄령 검토 문건을 주도한 것으로 지목되는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와 정치관여, 업무상횡령 혐의 등으로 지난달 14일 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조 전 사령관의 핵심 혐의인 계엄령 검토 문건 의혹을 계속 수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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