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정채영 기자] 회삿돈을 횡령하고 계열사를 부당 지원한 혐의를 받는 조현범 한국타이어 회장 측이 한국타이어 압수수색 위법성 여부를 판단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조병구 부장판사)는 17일 오전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를 받는 조 회장의 두 번째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공판준비기일은 범죄 혐의에 관한 피고인들의 입장을 확인하고 증거 조사를 계획하는 절차다. 정식 공판과 달리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없으나 이날 재판에는 조 회장도 출석했다.

조 회장은 2014년 2월부터 2017년 12월 한국타이어 계열사 한국프리시전웍스로부터 약 875억 원 규모의 타이어 몰드를 구매하는 방식으로 부당 지원한 혐의를 받는다. 계열사에 유리하도록 단가를 높게 책정했다는 것이다.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75억여 원의 회삿돈을 횡령·배임한 혐의도 있다. 조 회장은 법인 명의로 외제차를 구입하거나 리스하고 개인 이사·가구비를 대납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재판에서 조 전 회장 측은 압수수색 과정의 위법성을 주장하며 대부분의 증거에 대해 부동의한다고 밝혔다. 변호인은 "(증거가) 압수수색 과정에서 적법하게 취득했다고 했는데 형사 절차상 영장에 따른 것이 아닌 공정거래위원회 현장 조사 과정에서 취득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공정위는 행정조사기 때문에 당사자의 동의가 필요하지만, 현실에서는 동의 없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며 "이 자료들이 (윗선의) 보고를 거쳤는지, 의사 결정이 확정된 건지 가리지 않았고 증거로 사용될 것을 인식하지 못한 상황에서 수집됐다"고 밝혔다. 증거 수집 과정의 위법 여부를 가리지 않으면 동의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주장이다.

또한 횡령과 배임 혐의도 거듭 부인했다. 변호인은 "스포츠카 구입 사실은 맞지만 횡령·배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법리 다툼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검찰 측은 "직원이나 관련 업체 직원 진술에 대한 부동의 이유를 찾아보기 어렵다. 증인 진술에서 사실관계만 진술했을 뿐 법리적인 부분의 진술은 없다"며 "법리 다툼만 있다는 취지의 태도는 납득하기 어렵다"고 맞섰다.

이어 "상당수 증인이 한국타이어 소속 직원이고 조현범 회사 측 변호인의 조력권을 받은 상태에서 조사를 받았다"며 "부동의 취지를 명확히 해달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양측의 의견을 받은 뒤 한 차례 더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한 후 정식 재판을 시작하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다음 기일은 6월 7일 오전에 진행될 예정이다.

chaezero@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