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송주원 기자] 40여 년 전 미국으로 입양됐지만 파양된 뒤 시민권을 취득하지 못해 2016년 한국으로 추방된 입양인이 입양기관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8부(박준민 부장판사)는 16일 오후 아담 크랩서(한국명 신송혁)가 정부와 홀트아동복지회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1심 판결을 선고기일을 열고 "입양기관은 신 씨에게 1억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정부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는 기각했다.
신 씨는 1979년 3세 때 미국에 입양됐지만 양부모의 지속적인 학대 끝에 파양됐다. 12살 때 입양된 두 번째 양부모에게서도 학대를 당하다 16세에 두 번째 파양을 겪었다.
신 씨는 성인이 되도록 시민권을 얻지 못하다가 영주권 재발급 과정에서 청소년 시절 경범죄 전과가 발각돼 2016년 추방됐다.
홀트아동복지회는 입양 과정에서 신 씨의 친부모가 있는데도 기아호적(고아호적)을 만들어 해외로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 과정에서 이름도 본명 '신성혁'이 아닌 '신송혁'으로 기재했다.
기아호적을 만들면 양부모가 아동을 직접 보지 않고도 대리인을 통한 입양이 가능하다.
신 씨 측은 입양기관 등이 고액의 입양 수수료를 받고도 국가 간 입양의 기본 의무라 할 수 있는 입양 아동의 국적 취득 조력 및 확인을 다하지 않았다"며 2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입양기관 측은 당시 법 절차에 따른 행위였으며, 사후 관리 의무가 없었음에도 신 씨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맞섰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번 사건은 해외 입양인이 국가를 상대로 입양 과정 문제를 지적한 첫 손해배상 사건으로 꼽힌다.
ilraoh@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