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장우성 기자]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취업규칙으로만 도입할 수 있으며 개별 근로계약을 통한 도입은 무효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근로기준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인천국제공항 항공기 기내청소 용역업체 대표 A씨에게 일부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5일 밝혔다.
A씨는 2014년 4월~2015년 12월 노동자 135명에게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았고 퇴직일부터 14일 안에 퇴직 노동자들의 미미지급 연장근로수당을 정산하지 않은 혐의(근로기준법 위반)로 기소됐다. 지급하지 않은 수당은 5200만원 규모다.
2014년 4월~2017년 10월 같은 여객기 청소업무를 하는 남성노동자에게 지급하는 정근수당을 여성 노동자에게는 지급하지 않은 혐의(남녀고용평등법 위반)로도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A씨의 혐의를 모두 인정해 벌금 2000만원을 선고했다.
2심은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를 무죄로 보고 벌금 500만원으로 감형했다.
2심 재판부는 이 업체 노동자 근로계약서에 공통으로 탄력적 근로조건이 명시돼 취업규칙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연장근로수당 미지급을 놓고 노동자들이 이의제기를 했다는 자료도 없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2심이 무죄로 본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를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법정 근로시간을 초과하는 제도로 법률로 정한 취업규칙에 근거해야 도입할 수 있다. 만약 근로계약으로 도입 가능하다면 취업규칙을 노동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할 때 직원 과반수 이상 조합원이 가입한 노동조합 등의 동의를 받도록 한 근로기준법의 취지가 무색해지는 셈이다.
이 업체에는 취업규칙이 별도로 갖춰져 있어 근로계약을 취업규칙으로 간주할 만한 이유도 없다고 봤다. 근로계약을 봐도 탄력적 근로시간 시행에 필요한 단위시간 등이 제대로 규정되지도 않아 형식·내용 모두 취업규칙에 걸맞지 않는다고도 지적했다.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를 놓고도 객실 청소는 특별한 기술이나 경력이 필요하지 않고 성별에 따른 역할 분담도 없어 성별을 근거로 수당을 차별했다면 위법이라는 원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했다.
leslie@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