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혐의' 유아인 수사 3개월…출석 놓고 옥신각신


지난 11일 2차 조사 불발
피의사실 공표-알권리 균형 논란

배우 유아인이 지난 3월27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에서 경찰 조사를 받은 뒤 건물을 나서며 심경을 밝히고 있다. /박헌우 기자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마약 투약 혐의를 받는 배우 유아인(37·본명 엄홍식)이 사실상 공개소환이라며 경찰 2차 조사에 출석하지 않았다. 추가 조사를 벌이고 수사를 마무리하려던 경찰 계획은 다소 차질이 생겼다.

14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지난 11일 오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를 받는 유아인을 상대로 2차 피의자 조사를 벌일 계획이었다. 앞서 지난 3월27일 1차 조사를 벌인지 한 달 반 만이다.

경찰은 지난해 말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의뢰로 프로포폴 상습 투약 정황을 포착해 2월부터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3개월이 지났는데도 다소 수사가 늦다는 비판이 나왔다. 일부는 여러 마약류를 투약한 혐의가 있는 만큼 인신구속까지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12시간가량 1차 조사를 받은 유아인은 취재진 앞에서 논란 약 두 달 만에 첫 입장을 밝혔다. 그는 "불미스러운 일로 많은 분에 실망을 드리게 된 점 깊이 반성한다. 입장 표명이 늦어져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건강한 생활을 살 수 있는 기회로 삼고 싶다"라고 말했다.

다만 유아인은 조사 과정에서 일부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그의 주변인 4명 등이 마약 투약을 돕거나 직접 투약한 정황을 포착해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입건하고 혐의 입증에 주력해 왔다. 이후 2차 조사를 진행하려고 했지만 불발됐다.

유아인 측은 '경찰수사사건 등 공보에 관한 규칙'을 들며 소환, 조사 등 수사 과정이 언론 등에 촬영·녹화·중계방송되지 않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언론보도를 통해 지난 11일 출석 예정이라고 알려졌지만 나타나지 않았다. 1차 조사 당시에도 앞서 출석일자가 공개됐다며 일정을 미룬 바 있다.

지난 2021년 '경찰수사사건 등 공보에 관한 규칙'이 개정되면서 '사건관계인 출석 정보 공개 금지'가 명문화됐다. 이에 앞서 문재인 정부 시절인 지난 2020년 법무부 자체 훈령인 형사사건 공개 금지 규정이 제정되면서, 경찰 차원에서도 개정된 것이다.

지난 11일 오전 마약 투약 혐의를 받는 배우 유아인의 경찰 출석을 취재하기 모인 기자들이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에서 유아인을 기다리고 있다. /박헌우 기자

박근혜·문재인 정부를 거치며 검찰 수사 피의사실공표죄를 놓고 논쟁이 컸다. 2021년 수사권 조정으로 책임과 권한이 커진 경찰도 제도적으로 발맞춘 셈이다. 다만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다소 관대한 분위기로 여건이 바뀌었다.

현재 사건관계인 출석 사전 공지는 불가능하다. 다만 유아인이 일부 혐의를 부인해 추가 조사 필요성이 컸다. 그러나 경찰은 2차 조사 일정을 사전에 공지하지는 않았다. 지난 10일 관련 보도가 나왔으나 경찰이 공식적으로 확인한 바는 없다.

유아인 측은 결과적으로 피의자 인권 보호 차원에서 형법상 피의사실공표죄 소지가 있으며 수사 규칙과 거리가 멀다고 주장했다. 피의사실공표죄와 '국민 알권리' 논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1953년 형법 제정 이래로 피의사실공표죄 처벌 사례는 없다. 사문화되기는 했으나, 피의자의 방어권 등 수사기관의 피의사실공표에 따른 문제점이 꾸준히 지적된다. 피의사실 대상과 내용 등을 국민 알권리 관점과 함께 촘촘히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한편으로는 고위공직자와 더불어 유아인과 같은 연예인도 공인으로 봐야 하는지도 논란거리다. 일각에서는 법적인 쟁점을 떠나 현재 미성년자까지 범죄가 확산하는 마약범죄의 심각성을 비롯해 청소년은 물론 대중에게 영향력이 큰 연예인이라는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대중의 사랑을 받은 정상급 배우가 최근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지적된 마약 범죄로 수사받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라며 "피의사실 대상 및 내용과 국민의 알권리가 적절한 균형을 이루도록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라고 봤다.

bel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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