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청, '직장 괴롭힘' 시정조치... 회사 거부에 과태료 200만원 부과
사측 "운전 안 할 때 보조업무에 불과" 민사판결 근거로 이의신청
[더팩트ㅣ이효균 기자] 전국의 전세버스 사업체와 차량들이 회원으로 가입돼 있는 <전세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에 근무하는 A씨가 회사 간부들의 수억 원대 횡령, 불법행위, 부정부패 등을 감사실에 폭로하자 '직장내 갑질'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A씨의 전 직장동료는 A씨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위반'으로 노동부에 진정했지만 이마저도 조직 내에서 시정되지 않고 있다고 말합니다. 취재진이 확인해보니 최근 대전지방노동청 청주지청은 A씨가 제기한 건에 대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하고 해당 팀장에 대한 징계와 A씨의 근무장소 변경 등 필요한 조치를 이행토록 시정지시 했는데 이뤄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전세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는 노동청 시정지시를 따르지 않아 과태료 200만 원을 부과받았고, 법원에 이의신청을 제기했습니다.
[A씨의 전 직장동료: 18년 말에 0000으로 재직 중에 A씨로부터 제보를 받아요. A씨의 개인 카드를 이용해서 먹지도 않은 음식값을 가짜 영수증을 만들어서 해오는 거예요. 음식점에 가서 카드를 결제하고 바로 취소를 하는 겁니다. 그리고 취소 전 영수증을 상납을 해요. 그러면 상사들은 그 영수증을 가지고 업무 추진했다고 증빙 자료로 사용을 해서 횡령을 하는 거죠. 수년간 그런 행위를 지시받아서 해 왔고 범죄 피해에 이용을 당한 거죠. 그 다음에 현금을 주면 수시로 00역 소재 주유소에서 상품권을 수백만 원어치를 사 와요. 거기는 상품권 추적 안되는 업체입니다. 단골이니까 영수증을 한 200만 원 사면 300만 원어치 주고...영수증을 갖다 주면 상사들은 그걸로 또 증빙서류로 해서 돈을 빼내는 겁니다.]
◆ '범죄에 가담'할 수밖에 없었던 청년 직장인
2010년 3월, 전세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 정규직 사원으로 입사한 A씨는 평범한 청년 직장인 이었습니다. 그러나, 2013년 1월 당시 새로운 B회장이 취임한 이후부터 그의 삶은 달라졌습니다. A씨는 B 전 회장의 운전기사를 전담해야 했고, 사무직 업무도 함께 병행해야 했습니다. 회사 소재지인 서울 남영동에서 B 전 회장의 거주지인 경상북도 상주를 오가며 운전을 하기도 했고, 심지어 전무이사와 기획관리부장 등의 술자리에도 불려가 대리기사 노릇도 했습니다.
더욱이 이들은 A씨의 개인 신용카드를 차용해 호텔비, 유흥주점, 식대, 헬스기구 구입 등 지극히 개인적인 용도로 카드 사용을 했습니다. 또 자신들이 갚아야 할 신용카드 사용 대금은 회사 공금을 횡령해 카드값으로 갚았습니다.
이들은 A씨에게 회사 근처 음식점과 술집, 노래방 등에 가서 수십만 원 씩 허위 신용카드 영수증을 만들어 오게 지시했고, 이 허위 영수증으로 업무추진 명목 증빙 자료로 사용해 회사로부터 자금을 정산 받아 A씨의 카드대금을 변제했습니다.
심지어 이들중 한 명은 신용카드 발급회사를 다니는 불륜녀를 A씨에게 소개해 수십 장의 신용카드를 발급받게 하고, 발급받은 신용카드로 수년간 가짜 영수증을 제출해 회사 자금을 횡령하는 범죄를 저질렀습니다.
[A씨의 전 직장동료: 000 전무가 가장 A씨 불법 행위를 제일 많이 지시한 사람 중에 하나였고, 심지어는 자기가 불륜녀를 통해서 신용카드를 계속 발급받게 하고 그 카드를 자기가 차용해서 개인 용도로 써왔거든요. 제가 듣기로는 20장 정도 됩니다. 그 카드를 상사들이 차용해서 자기네들 개인 용도로 나가서 사용하고 불륜녀하고 모텔비, 술값, 헬스기구 이런 것 구입하고 그랬어요.]
이외에도 이들은 회사 공금을 현금으로 인출해 A씨에게 전달하고, 매주 수백만 원 상당의 주유상품권을 친분이 두터운 인근 주유소에서 구매하게 했습니다. A씨는 주유상품권을 수년간 1억 원 이상 구매해 전달했고, 가짜 영수증을 갖다 주면 상사들은 그것을 증빙서류로 만들어 돈을 빼냈습니다.
이렇게 A씨는 상사들로부터 범죄를 강요받으며 '범죄에 가담할 수밖에 없는 삶'을 살아야 했습니다. A씨는 2013년~2018년까지 무려 5년동안 이런 내용들을 일지 형식으로 꼼꼼히 기록했습니다.
◆ 주업무와 보조업무의 견해 차이... 노동청은 '직장 내 괴롭힘의 금지' 법 위반으로 과태료
결국 A씨는 2018년말 상사들의 지시를 받아 직접 수행한 불법 행위를 당시 감사실장에게 제보했고, 2019년 7월 감사실장과 함께 수사기관에 출석해 자신이 행한 범죄를 자백하고 내부고발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A씨의 내부고발 이후 B 전 회장과 C인사총무팀장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A씨를 운전기사 업무를 배제하고 사무보조업무만 하도록 했습니다. A씨는 결국 '직장 내 괴롭힘의 금지' 법 위반으로 인사총무팀장 C씨를 노동부에 진정했습니다.
2023년 1월 대전지방노동청 청주지청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하고 인사총무팀장을 징계하고 보직전환 등 필요한 조치를 명했습니다. 하지만 회사는 이를 거부하고, 과태료 200만 원 처분을 받았습니다. 또 이에 불복하여 법원에 이의신청을 제기했습니다.
[전세버스연합회 관계자: A씨는 사무직 직원이 아니고 기능직 운전기사로 채용이 된 직원이거든요. 그래서 운전을 하지 않는 동안에 일부 사무직 직원의 업무를 보조적으로 하곤 했었는데, 그 부분과 관련해 업무를 배제한 부분에 대해서 '직장 내 괴롭힘'이다라고 하는 거거든요. 대법원 판결에 그 사람은 본인의 고유 업무라고 주장하나 이 직원이 운전 기능직 운전기사로서 운전을 하지 않을 때 보조적으로 수행한 업무에 불과하다 대법원(민사소송) 판결이 났어요. 그래서 저희가 이의 제기를 했어요. 그런데 노동청에서는 그걸 안 받아들이고 과태료 부과를 하겠다.]
[기자: 그러면 이분은 이제 앞으로는 운전할 할 수 없는 건가요. 지금 무슨 이유가 있어서 운전을 안 시키시는 건가요?]
[전세버스연합회 관계자: 운전을 안 시키는 게 아니고요, 운전할 임원의 차라든지 이런 게 없어서 운전을 못하는 안하는 거죠.]
정리를 하면 A씨는 상사들의 지시를 받아 직접 수행한 불법 행위를 감사실장에게 제보한 것이 문제가 돼 "주업무인 운전업무에서 배제 당하고 보조 업무를 시켰다"고 주장하며 노동청에 직장 내 괴롭힘으로 진정을 한 것이고, 전세버스연합회 측은 A씨가 민사소송한 건에 대해 "A씨는 운전이 본인의 고유 업무라고 주장하지만 사무직 업무는 운전을 하지 않을 때 보조적으로 수행한 것에 불과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났기 때문에 '직장 내 괴롭힘'이 성립 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법조계 다수의 관계자들은 당사자가 동일해야 되고 소송물이 동일해야 되고 시적 범위가 같아야 되는데 노동청의 판단과 대법의 판결에서는 이 부분들이 달라 '기판력(판결이 미치는 힘)'이 닿지 않는다는 의견입니다. 민사소송은 두 명의 당사자간의 문제를 규율한 것이기 때문에 노동청은 이와 별개의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입니다.
[법무법인(유한) 대륙아주 함상완 변호사 인터뷰: 지방 노동청에서 이렇게 과태료 처분하는 경우가 그렇게 많은 경우는 아닌데 근로기준법 위반 갑질 신고로 인해서 이렇게 과태료 처분했다는 거는 노동청 입장에 봤을 때도 이것은 갑질에 해당된다고 판단한 건데요, 갑질을 했다는 증거가 어느 정도 명백하게 있기 때문에 아마 과태료 부과 처분을 지방노동청에서 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 성폭행, 부정채용, 청탁, 횡령, 배임, 사기…'불법행위로 잡음'
전세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는 수십 년 동안 각종 불법행위 등으로 잡음이 끊이지 않는 곳입니다.
2005년 당시 연합회장은 여직원들을 성추행해 2008년 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최종 확정 받은 바 있습니다.
한 감사실장은 2015년 자체감사기간 중 피감부서 여직원과 잠자리를 같이 하고, 여직원을 위한 편파적인 감사와 진행 등으로 감사인의 직무를 위반해 회사의 명예를 실추시키기도 했습니다.
또 2017년 지역의 한 보상팀장은 술 취한 부하 여직원을 모텔로 데려가 성폭행한 혐의로 벌금 1000만 원형을 확정 받았지만, 정직처분으로 계속 근무를 했고 오히려 피해자인 여직원이 회사를 그만두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2015년에는 연합회장, 전무이사, 기획관리부장 등이 대구지방검찰청으로부터 업무상 배임, 횡령 등의 혐의로 긴급 체포됐고 2019년 대법원으로부터 각각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에 벌금 500만 원, 벌금 350만 원 등을 확정 받았습니다.
부정채용건도 있습니다.
한 지역 지부의 간부들은 특정인을 채용하기 위해 입사지원서 등 관련서류 일체를 위조했다가 국토교통부 감사실로부터 적발돼 전주지방법원으로부터 사문서 위조, 변조 사문서행사, 업무방해죄로 벌금 500만 원을 각각 선고받고 2017년 2월 대법원으로부터 최종 유죄가 확정됐습니다.
도 지역 지부장의 자식을 부정채용하기 위해 서로 공모하고 공제이사장의 채용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한 간부는 2022년 10월 서울남부지방법원으로부터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 또 다른 간부는 벌금 500만 원을 선고 받고 현재 항소심 재판 중에 있기도 합니다.
이렇게 최고의 지위에 있는 연합회장, 운영위원장, 운영위원, 공제감사, 핵심 간부인 부서장들까지 대부분이 범죄에 연루되어 이미 처벌을 받았거나 현재 재판에 회부되어 있습니다.
[법무법인(유한) 대륙아주 함상완 변호사 인터뷰: 연합회라든지 아니면 사업의 민간 기업에 해당되기 때문에 내부 규정에 그런 징계에 대한 기준이라든지 에 대한 해제 처분이라든지 징계해제에 대한 규정이 없으면 사실 그게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그래서 중장기적으로는 공무원이나 아니면 공공기업처럼 민간 기업이라든지 비영리 법인에 대해서도 그러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고요. 지금처럼 연합회에 나와 있는 비위 행위라든지 아니면 형사처벌이 분명한 사안에 대해서는 적어도 회사 내에서 중징계 처분을 하면서 해당 사람들을 직위 해제라든지 아니면 현업에서 배제시키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 법-규정에 맞게 연합회 운영해야... '당국의 관리감독 강화 필요'
소위 관광버스라 불리는 전국의 전세버스는 1,500개 전세버스 사업체와 40,000여 대의 전세버스 차량이 연합회의 회원으로 가입돼 있습니다.
<전세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는 크게 전세버스업의 법령, 제도 개선사업을 하는 <연합회>와 전세버스 차량의 자동차교통사고보험사업을 전담하는 <공제조합>으로 나눠집니다. 연합회의 직원은 2~3명이고 연간 수입은 10억 원 정도, 공제조합은 150여 명의 직원을 두고 연간 800억 원의 보험료를 거수하고 있습니다.
결코 적지 않은 자금이 이곳을 거쳐 여러 사업에 시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공제조합은 지난해말 기준 누적적자 370억원으로 역대 최고의 적자를 기록했고 경영개선 노력은 미흡한 상황입니다.
<전세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가 전세버스 교통사고로 대국민 피해보상을 전담하고 있는 점을 감안한다면, 마땅히 국가 시책의 주요 관리대상에 포함되어야 합니다. 또 전세버스사업 제도개선과 전세버스 사고예방, 안전대책 수립, 대국민의 적극적 피해보상 등 본연의 기능 등을 철저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채찍질 해야 합니다.
법과 규정에 따라 협회를 운영함은 물론이고, 감독기관인 국토교통부의 특별감사 및 임원개선 명령 등을 통해 관리감독 강화를 하는 것이 절실히 필요해 보입니다.
<기획취재팀=이효균·배정한·윤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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