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최의종 기자]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현 국군방첩사령부) 계엄 문건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조현천 전 사령관이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지지 여론 형성을 위해 예비역 단체 등을 동원하는 과정에서 기무사 예산을 사용한 것으로 파악했다.
2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법무부에서 받은 조 전 사령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와 정치관여, 업무상횡령 혐의 공소장에 따르면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이병주 부장검사)는 이같은 내용을 포함해 지난 14일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조 전 사령관이 2016년 3월쯤 기무사 '대외정책첩보 소재 개발 사업비'를 구체적인 사업계획이나 사용처를 밝히지 않은 채 참모장을 거쳐 기획예산과장에 자금 마련을 지시했고, 허위 사업계획서를 첨부하는 방식 등으로 3000만원을 빼돌린 것으로 봤다.
아울러 같은 달부터 그해 5월쯤까지 사업계획 없이 추가 3000만원을 집행 결과 등 사용에 따른 증빙자료를 남기지 않은 채 불상의 개인 용도 등으로 사용한 것으로 판단했다. 검찰은 총 횡령액을 6000만원으로 판단했다.
검찰은 기무사가 2008년부터 예비역을 친정부 후원 세력으로 활용했고 △초청행사, 세미나, 생일·명절 선물 등 제공 △행정안전부 공익사업자 선정 예산지원 △지역별 안보협의회 구성 △인터넷 사이버 전사 양성·예산 지원 등으로 '안보후원세' 활동을 해왔다고 봤다.
이에 빼돌린 돈은 예비역 단체 등에 지급된 것으로 본다. 2016년 8월 지역 출신 예비역 장성 8명의 간담회를 열고, 기무사 예산 1600만원을 각 200만원씩 건네며 사드 배치 지지 여론 형성을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같은 해 9월에는 4회에 걸쳐 총 1400만원을 사드 배치 지지 여론 조성 활동을 위해 예비역 장성이나 단체에 전달했다고 파악했다. 1400만원은 맞불 집회나 팸플릿 제작 등에 사용된 것으로 본다. 총 3000만원이 기무사 예산을 빼돌려 마련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국정농단 사건에 따른 박근혜 전 대통령 하야 요구 등 정국을 타개하기 위해 예비역지원과장을 통해 예비역·보수단체와 SNS, 언론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는 예비역 장성 등에 맞대응 집회·시위와 기사, 칼럼, 신문광고, 인터뷰 등을 요청한 혐의도 공소장에 적었다.
2008년부터 기무사 관리대상 단체로 포함한 한국자유총연맹 회장 선거가 있었던 2016년 김경재 전 청와대 홍보특별보좌관 당선을 위해 부대원들에게 접촉하도록 하고, 선거 분위기를 확인하게 하는 등 혐의도 있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자유총연맹 회장 선거 관여 △기무사 예산 횡령 △박근혜 전 대통령·사드 배치 지지 여론 형성 등 정치 관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긴 상태다. 본안인 '계엄 문건 의혹'인 내란예비·음모 혐의는 수사를 벌이고 있다.
조 전 사령관은 박근혜 전 대통령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직전인 2017년 2월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전시 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 문건을 만들고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 등에 보고한 혐의를 받는다.
2018년 군·검 합동수사단(합수단)이 계엄 문건 의혹을 들여다봤으나, 이에 앞선 2017년 말 미국으로 출국한 조 전 사령관이 귀국하지 않아 수사는 중단됐다. 검찰은 지난달 29일 귀국한 조 전 사령관을 체포해 이튿날 구속하고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조 전 사령관의 직권남용 등 혐의 1차 공판준비기일은 다음 달 8일 오후 2시30분 서울서부지법 형사6단독 김유미 판사 심리로 진행된다.
bell@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