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최의종 기자] 이태원 참사 보고서 삭제 의혹으로 기소된 서울경찰청 정보라인이 재판에서 규정상 목적을 달성해 정당하게 폐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식 재판에는 다음달 돌입한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배성중 부장판사)는 24일 오후 증거인멸교사와 공용전자기록등손상교사 혐의로 구속 기소된 박성민 전 서울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경무관)과 김진호 전 서울 용산경찰서 정보과장(경정)의 4차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재판부는 이날 준비 절차를 마무리하며 검찰과 박 전 부장 등의 주장 등 쟁점을 확인했다. 박 전 부장 측은 보고서 삭제 지시 자체가 없었거나, 특별감찰팀 자료 제출 요구에 응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로 말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박 전 부장 측과 김 전 과장 측은 '수집돼 작성된 증거가 목적이 달성돼 불필요할 때 지체없이 삭제돼야 한다'라는 규정에 따르라고 했을 뿐, 삭제 지시가 아니라고 말했다. 규정상 '목적 달성'이 쟁점이 된 것이다.
이외에도 김 전 과장 측은 보고서를 삭제 권한자나 작성자 스스로 삭제했고, 삭제 전에 이미 압수됐거나 국회에 보고됐다며 공용전자기록등손상교사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반면 검찰은 문서 삭제 시기를 보면 '참사 진상 규명'이라는 새 목적이 부여된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 전 부장과 김 전 과장 측은 검찰이 수사 중인 각각 추가 증거인멸교사 사건과 업무상과실치사·상 사건이 이른 시일 내에 병합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재판부는 수사 중인 사건이라 언급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보고서를 삭제해 기소된 용산서 정보관 곽모 경위는 공소사실을 인정한 상태다. 곽 경위 측은 다음 첫 재판 이후 사건을 분리해달라고 요청했다. 재판부는 다음 재판에서 곽 경위가 삭제한 보고서 '할로윈 축제 공공안녕 위험분석' 작성자 김모 정보관을 증인으로 부를 방침이다.
박 전 부장과 김 전 과장은 곽 경위에게 용산서에서 작성된 '할로윈 축제 공공안녕 위험분석' 보고서를 삭제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박 전 부장과 김 전 과장은 경찰청과 서울청 SRI(Special Requirement of intelligence) 보고서 등 3건을 삭제·지시한 혐의도 있다.
SRI는 경찰청과 서울청 등 상급 기관이 특정 사안이나 이슈를 놓고 현장 분위기나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하급 기관에 내려보내는 체계다. 검찰은 보고서 3건을 작성한 뒤 스스로 삭제한 경찰관과 삭제를 지시했다는 팀장은 기소하지 않았다.
1차 공판은 다음 달 22일 오후 2시30분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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