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조소현 기자] "중학생은 안 돼요. 몇 학년인데요? 중3이면 혼자 다닌다는 전제하에 고려해 볼게요."

서울의 한 스터디카페에 중학생 이용 가능 여부를 묻자 점주는 "받지 않는 게 원칙"이라고 답했다. '시끄럽게 몰려다니며 면학 분위기를 흐린다'는 것이다. 스터디카페 업계 관계자들은 분위기 조성을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서는 청소년 차별과 혐오를 조장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몰려다니며 떠드는 중학생?…반복되는 민원에 점주들 '난감'

4월 초부터 중·고등학생들의 시험기간이 시작됐다. 스터디카페를 찾는 청소년들은 늘고 있지만 출입을 제한하는 곳도 생긴다. 최근 스터디카페는 '노(No)중학생존'이 되고 있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스터디카페에는 중학생 출입을 제한한다는 내용의 안내문이 붙어있다. 원활한 스터디 환경 조성을 위해서다.

중학생은 원칙적으로 출입이 제한된다. 다만 3학년생은 점주에게 '면학 분위기를 망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면 출입이 허용된다. 점주는 "중학생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라면서도 "고등학생이나 성인에 비해 시험 긴장도가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떠드는 강도가 세고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는 경우도 잦다"고 설명했다.

경기 용인의 또 다른 스터디카페 점주 A씨도 중학생 출입을 막았다. A씨는 "장기 이용권을 구매해 시험을 준비하는 성인들이 많다"며 "학생들이 면학 분위기를 해친다는 항의를 받아 어쩔 수 없이 취한 조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하고 실내에서 전화를 하는 등 에티켓도 지키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일부 점주들은 '중학생 출입금지' 규정을 내걸었지만 요청에 못 이겨 출입을 허가했다.

경기 남양주 한 스터디카페. 4명의 중학생이 등록했다. 점주 B씨는 "내 자식도 중학생이라 (부탁을) 거절하기 쉽지 않다"며 "(출입을 허가한) 중학생 중에서도 민원을 받아 나가는 경우가 많다. 고등학생 10명 중 2~3명이 말썽을 피운다면 중학생은 절반이 민원의 대상이 된다"고 말했다. B씨는 일부 중학생들의 소란 때문에 성인 이용자에게 환불 요청도 자주 받았다.

스터디카페 이용자들의 불만도 적지 않다. 스터디카페에서 취업 준비를 하는 권모(27) 씨는 "중학생 시험기간만 되면 학생들이 복도에 모여 떠드는 경우가 많다"며 "4~5명이 모여 있으면 위화감이 든다. 감독하는 분도 계속해서 주의를 주는데 공부에 집중이 안 된다"고 토로했다.

전문직 시험을 준비하는 조모(31) 씨도 "중학생은 혼자 오는 경우가 거의 없고 친구들과 같이 온다"며 "미팅룸 등에서 시끄럽게 대화하는데 (학습공간) 안까지 소리가 다 들린다. 성인만 이용하는 카페가 있다면 이용하고 싶다"고 말했다.

◆출입제한에 중학생들 "억울"…전문가들 "배제보단 조율이 중요"

하지만 억울해하는 중학생도 많다. 경기 성남시의 중학생 한모(15) 양은 "민폐 끼치려는 게 아니다. 혼자 공부하려는 것"이라며 "가고 싶은 스터디카페가 있는데, 출입제한이라니 아쉽고 억울하다"고 말했다.

백모(16) 군도 "주변에 열심히 공부하는 친구들이 많다"며 "시끄러운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만 퇴장시키면 된다. 성인 중에서도 떠드는 사람이 있는데, 모든 중학생이 공부하지 않고 떠드는 것처럼 전제하니 부당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문가들은 일부 중학생들 때문에 피해가 있을 수 있지만 이 때문에 '노○○존'이 늘어나는 사회는 건강하지 못하다고 지적한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연령을 이유로 출입을 금지하는 장소가 많아지면 약자에 대한 차별·혐오가 확산할 수 있다"며 "'소란할 경우 퇴실시키겠다'는 식으로 표현하는 게 맞다. '몇 세 이하면 소란할 위험이 있으니 출입을 제한한다'는 것은 이들을 잠재적 위험 요소로 취급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권일남 명지대 청소년지도학과 교수도 "연령으로 대상을 제한하는 것은 근거 없는 차별"이라며 "업주의 편의만 고려하기보다는 청소년이 시설을 적절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납득시키고 방식을 조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터디카페가 공공장소가 아니어서 영업의 자유가 존중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스터디카페는 이윤을 추구하는 공간"이라며 "점주들 입장에선 영업 이익에 타격을 받으니 어쩔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한국 사회가 생존의 시대다 보니 관용이 많이 줄어든 건 사실"이라고 언급했다.

sohyun@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