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결정에도 경찰 '무한소송'…대통령실 집회 금지 논란


'사회적 비용 증가' 지적도

참여연대가 지난 5일 오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집시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반대 의견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장원 인턴기자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시민단체가 경찰의 대통령실 100m 이내 집회·시위 금지에 반발, 소송을 제기해 연이어 승소하고 있다. 관저 인근 금지 조항을 놓고는 헌법불합치 결정이 나온 상태다. 전문가들은 사회적 갈등·비용이 늘어난다며 해결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본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 용산경찰서는 시민단체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무지개행동)이 제기한 옥외집회 금지 통고처분 취소소송에서 지난달 30일 원고 승소로 판결한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김순열 부장판사)에 지난 19일 항소장을 제출했다.

이에 앞서 무지개행동은 지난해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인 5월17일을 앞둔 4월 용산 일대에 집회를 신고했으나, 경찰은 신고 구간 일부가 대통령 '집무실' 100m 이내라는 이유로 불허했다. 무지개행동은 집회금지 처분 집행정지 신청과 본안 소송을 냈다.

법원은 같은 해 5월 '1시간30분 이내 행진 구간을 신속히 통과하라'는 조건으로 집행정지 신청을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집회는 예정대로 진행됐다. 경찰이 항고했으나 각하됐다. 법원은 본안 사건도 "집무실은 관저가 아니다"라며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무지개행동 법률대리인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박한희 변호사는 "소송을 이어가 집회·시위를 방해하는 행위"라며 "소송을 제기하면 승소하기는 하지만, 매번 신청하는 비용과 번거로움이 발생해 결국 포기하게 만드는 전략"이라고 주장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집무실과 관저를 용산과 한남동으로 옮긴 뒤 일대에서 시민단체들이 집회·시위를 신고하고 있다. 과거와 달리 관저와 집무실이 분리됐다. 경찰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11조 2항 '대통령 관저 100m 이내 옥외집회 금지' 조항을 들며 금지했다.

시민단체들은 금지 통고처분 취소 소송을 내 승소하고 있다. 지난 21일 기준 집행정지 사건은 10건이 넘고, 본안은 3건의 1심 모두 승소했다. 다음 달에도 1건의 1심 판단이 내려질 예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헌법재판소는 '관저' 인근 금지 법조항에 문제가 있다고 봤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시민단체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무지개행동)이 제기한 옥외집회 금지 통고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김순열 부장판사)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이덕인 기자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12월 해당 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일률적으로 금지한 현행법은 과잉금지원칙 위반으로 헌법에 어긋난다는 취지다. 내년 5월31일까지 개정되지 않으면 효력은 사라진다.

헌재는 대통령 관저와 집무실이 함께 있던 청와대를 기준으로 판단했다. 관저와 집무실이 분리된 상황에서 입법 조치가 시급한 셈이다. 법원은 '집무실' 인근 집회·시위 금지는 적절치 않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으나, 소송이 이어지면서 '사회적 비용'이 커진다는 비판이 있다.

국회에서는 오히려 집회금지 구역을 추가하는 입법을 준비했다. 집무실을 추가하는 동시에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전직 대통령 사저도 포함하는 내용이다. 다만 헌재 헌법불합치 취지에 따라 관련 개정안이 발의돼 계류 중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경찰은 올해 하반기부터 대통령실 인근 2개 도로를 집회·시위를 금지할 수 있는 '주요 도로'에 포함하는 집시법 시행령 개정안을 추진 중이다. 시행령 개정안 입법 예고기간은 지난 5일 끝났으며, 경찰은 남은 절차를 밟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반발하고 있다. '관저'와 관련 헌법불합치 결정이 있었고, 그간 법원에서 경찰이 패소했는데도 무리하게 금지한다는 지적이다. 참여연대는 지난 5일 기자회견을 열고 "집회의 자유는 가장 핵심적 기본권"이라며 "헌법 명령을 위반하는 위헌적 조치"라고 반발했다.

김영식 서원대 경찰학부 교수는 "헌재 취지도 입법적으로 명확하게 하라는 것으로, 절차가 완료돼야 혼란이 없을 것 같다"라며 "경찰이 그간 획일적 입장에서 벗어나지 못해 소송을 반복하고 있는데, 시대가 바뀐 점을 고려해 '집회·결사의 자유'를 보장할 필요가 있다"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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