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최의종 기자] "아이들이 제일 좋아할 때가 '연주'할 때예요. 언제 박수를 받아보겠어요. 부모님들은 '사회의 짐으로만 알았던 우리 아이가 사회의 일원이 됐구나'라고 하더라고요. 그게 정말 '뷰티플'이라고 봐요. 비장애인들도 그럴 때가 많잖아요. 서로 위로해 주면 윈윈(win-win)일 때요."
43회 장애인의날을 이틀 앞둔 지난 18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음악관 사무실에서 만난 배일환(58) 음악대학 관현악과 교수(첼리스트)는 2006년 설립해 17년 넘게 운영하고 있는 '뷰티플마인드' 오케스트라를 놓고 이같이 말했다.
뷰티플마인드는 장애와 비장애 경계를 음악으로 허물자는 모토로 설립됐다. 장애인과 저소득층 등 다양한 계층이 단원이다. 세계 수십개국을 돌며 수백회 공연을 열어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법인으로도 설립돼 40~50대 전문가들이 다수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뷰티플마인드는 배 교수가 2005년 연구년을 얻어 미국 스탠퍼드대에 있을 때 무료 레슨을 해주면서 싹텄다. 어릴 적부터 '나눔'이 자연스러웠던 그는 갖고 있던 재능인 '음악'을 나눠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나눔 과정에서 장애인을 만나게 됐다.
"진짜 하얀 백지처럼 너무 순수한 거예요. 당연히 장애인들이 처음 악기를 접하면 좋지 않은 소리가 나겠죠. 그런데 그 소리가 세계적인 대가보다 더 순수하게 들린 거예요. 기교적이지 않더라도 순수함으로 감동을 줬어요."
그에게는 '나눔' 활동이 특별하지 않다. 마치 좋아하는 사람에게 음식을 대접할 때나, 부탁을 들어 줬을 때 기쁜 느낌이 드는 것과 같다. 그는 강단에 설 때도 그런 나눔과 공유를 떠올린다.
"제가 아는 10가지를 가르쳐주는 것보다 학생이 잘할 수 있는 1~2가지를 제대로 가르쳐주겠다고 생각해요. 함께 공유하는 마음을 가질 때 사회에 도움이 되지 않겠냐고 말하곤 합니다. 그게 제 사명이라고 생각해요."
그는 장애 여부를 떠나 서로 부족한 것을 인정하고 잘할 수 있는 것, 좋은 점을 이야기하며 공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애인도 음악으로 아름다움과 희망, 비전을 공유해 주는 것처럼 비장애인도 좋은 점을 공유해야 한다는 것이다.
활동은 다큐멘터리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처음 영화화 제의가 들어왔을 때 선생님들과 부모님들이 신중히 논의했다고 한다.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라는 말을 떠올렸지만 알게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때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함께하게 됐다.
"순수함을 잃지 말아야겠다, 누구 하나 이득을 보지 않게 하자라는 생각을 했어요. 차근차근 하나씩 다져가며 만들었고요. 결과를 보면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의 자료가 또 되는 거잖아요. 우려했던 일들은 다행히 없었습니다."
활동하면서 힘든 순간이 없진 않았다. 지금은 전폭적인 지지자가 됐지만, 과거에는 아들이 아빠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 안타까워 하기도 했다. 힘든 순간마다 주변 멘토들의 조언을 들은 배 교수는 마음을 다잡고 17년 넘게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일부는 음악 나눔 활동은 장애인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도 말한다. 그러나 그는 장애인들의 취업까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뷰티플마인드는 장애인고용공단과 MOU를 맺었고 현재까지 19명이 각 기업에 취업했다.
"아름다운 것이 전부 선하지는 않지만, 선한 것은 아름답다고 생각해요. 겉으로 보기에 아름다움이 전부 선한 것 같지만, 선한 행동이 전부 아름답죠. 부족해 보여도 선한 마음과 행동으로 일을 할 때 아름다운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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