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이덕인 기자]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안에서 한 남성이 외국인을 상대로 현금을 구걸한다는 제보가 이어져 <더팩트>가 직접 현장을 찾았습니다.
지난 7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승강장. 짧은 스포츠형 머리 스타일을 한 중년 남성이 눈이 들어옵니다. 마치 먹잇감을 찾듯 주변을 어슬렁거리던 그는 외국인에게 먼저 말을 건넵니다.
"헬로? 아임 헝그리!". 이 남성이 거친 목소리로 말을 건네자 외국인은 당황한 표정을 짓습니다. 한 여성 외국인은 남성의 시선이 불편한 듯 고개를 돌렸습니다. 외국인을 상대로 신체 멀쩡한 남성이 구걸하는 행동은 '국격'을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남성은 외국인에게 구걸이 잘 안되자 한 노인에게 다가갔습니다. 그가 노인에게 "버스비가 없는데 조금 도와줄 수 있나"라고 묻자, 노인은 "지하철로 가면 되지 않나"라며 되물었습니다. 그러자 남성은 "버스를 다시 타야 한다"고 목소리를 키워 말합니다.
노인은 마지못해 안주머니에서 1000원짜리 지폐 한 장을 꺼내 그에게 넘겼습니다. 노인에게서 현금을 받은 남성은 자연스럽게 돈을 주머니에 넣고 자리를 피했습니다. 취재진이 남성에 관해 설명하자 노인은 "그 사람이 버스 탄다고 2000원 달라고 하더라"며 허탈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이날 남성은 승강장과 개찰구 일대를 1시간 이상 돌며 외국인을 포함한 지하철 승객들에게 끊임없이 구걸했습니다. 잠시 휴식을 취하던 그가 본인의 양쪽 주머니에서 지폐와 동전을 꺼냈습니다. 언뜻 봐도 꽤 많은 지폐가 목격됐습니다.
이와 관련해 이태원역 관계자는 "직원 몇 분이 남성을 본 적이 있다"며 "구걸하는 사람이 종종 있는데 저분만 유독 (자주)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이태원역 관계자가 순찰하기 시작하자 남성은 재빠르게 열차에 몸을 실었습니다.
현행 경범죄처벌법 제3조 1항에 따르면 다른 사람에게 구걸하도록 시켜 올바르지 아니한 이익을 얻은 사람 또는 공공장소에서 구걸해 다른 사람의 통행을 방해하거나 귀찮게 한 사람은 1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科料)의 형으로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경찰의 단속에 한계가 있고, 잘 이뤄지지는 않는 게 현실입니다.
구걸하는 문화가 최근에는 많이 사라졌지만 아직도 지하철이나 터미널 등에는 남아있습니다. 구걸을 일삼는 사람들 중 몸이 불편하지 않은 경우도 많습니다. 그들이 건강하게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구걸을 외면하는 것도 현명한 대처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