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최의종 기자] 강남 마약 음료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총책 검거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경찰은 중국 거주 보이스피싱 조직원으로 의심되는 윗선을 특정하고, 강제 송환을 추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실상 '테러'로 규정하고 수사해야 한다고 본다.
11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전날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과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혐의로 각각 국내 중간책 20대 남성 길모 씨와 30대 남성 김모 씨를 구속했다. 법원은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라며 영장을 발부했다.
지난 3일 서울 강남구청역과 대치역 인근 학원가와 학교 앞에서 2명씩 짝을 이룬 일당 4명이 학생들에게 '기억력 상승·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를 가장해 필로폰 성분이 첨가된 음료를 건네 마시게 했다. 이어 학부모에 전화해 마약 복용을 경찰 등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했다.
20~40대로 구성된 4명은 자수하거나 체포됐다. 이들은 조사 과정에서 인터넷상 고액 아르바이트 모집 광고를 통해 알게 됐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는 궁금증에 음료를 마신 것으로 확인됐다. 20대 여성은 보이스피싱 수거책으로 활동한 전력이 있다. 경찰은 우선 석방 조치했다.
윗선을 추적하는 경찰은 지난 8일 음료를 제조한 혐의를 받는 길 씨를 강원 원주에서 검거했다. 길 씨는 국내에서 음료를 직접 제조해 원주에서 퀵서비스와 고속버스를 이용해 아르바이트생에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가 적용됐다.
경찰에 따르면 길 씨는 총 100병을 제조했고 18병이 배부됐다. 2병은 배부한 20대와 40대 여성은 직접 마셔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미개봉 상태 36병을 압수했으며, 나머지 44병은 중국 조직원 지시를 받은 아르바이트생들이 폐기했다.
경찰은 같은 날 피해자에 협박 전화를 할 수 있도록 휴대전화 번호 변작 중계기를 설치·운영한 김 씨도 인천에서 검거했다. 경찰에 따르면 중계기는 단순 보이스피싱 범죄에 이용돼 1억원 상당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길 씨를 모른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길 씨가 음료를 제조하도록 이른바 '던지기' 수법으로 필로폰을 공급한 인물도 검거해 조사했다. 길 씨는 중국 거주 중인 한국 국적 20대 남성 이모 씨의 "필로폰에 우유를 섞어 제조하라"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이 씨를 보이스피싱 조직원으로 의심한다.
이 씨의 공범이자 윗선으로 중국 국적 30대 박모 씨도 특정된 상태다. 다만 경찰은 이들이 '총책'은 아니라고 본다. 길 씨도 이 씨가 총책은 아니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체포영장을 받아 국제 공조 수사, 여권 무효화를 진행할 방침이다.
보이스피싱 조직이 마약으로 피싱 범죄를 저지른 신종 수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청은 금융범죄수사대 인력을 투입한 상태다.
'보이스피싱'에 방점을 찍은 경제 수사가 아닌 '테러'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수사 기관이 사건을 바라볼 때 보이스피싱이 아닌 마약류를 학생에 먹인 점을 주목해야 한다"라며 "수사 진행도를 확인해야 하나, 범죄단체죄가 적용될 가능성도 있다"라고 말했다.
대검찰청과 경찰청, 관세청, 교육부, 식품의약품안전처, 서울시는 마약 수사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마약 범죄 특별수사본부'를 설치하기로 했다. 특수본은 청소년 대상 인터넷 마약 공급과 마약 밀수 등을 집중 수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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