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장우성 기자] 중대한 인권침해·조작의혹 사건은 수배 과정을 비롯한 수사 절차가 전체적으로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전두환 정권 시절 인권침해 사건인 '재일유학생 간첩단 사건'의 양관수 일본 오사카경제법과대학 교수 등 15명이 낸 국가 상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9일 밝혔다.
양관수 교수는 1987년 국가안전기획부가 발표한 재일유학생 간첩단 사건에서 간첩활동을 지령한 인물로 지목돼 지명수배를 받다가 1998년 귀국 당시 안기부에 불법구금돼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혐의는 인정해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이 사건은 징역 8년을 복역했던 장의균 씨가 2017년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고 확정되면서 전두환 정권 시절 저질러진 조작사건 중 하나로 기록됐다.
이에 양 교수 등은 2018년 자신에 대한 수사기관의 수사발표, 보도자료 배포, 지명수배, 불법구금 등을 놓고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원고의 청구를 일부 받아들여 양 교수에게 1억 여원 등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2심은 수사 절차 일부는 위법하지 않았다고 판단해 손해배상액을 일부 감액했다.
지명수배는 피의자 소재 발견을 위한 수사 방편이었고 불법구금은 양 교수가 자수 형식으로 귀국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자백 취지로 진술했다며 과거사정리법상 중대한 인권침해사건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봤다.
대법원은 지명수배와 불법구금도 위법한 공권력 행사라며 원심 판단을 깼다.
안기부가 사건 관련자들을 놓고 불법구금, 가혹행위 등으로 위법한 방법으로 증거를 수집한 기초 위에 이뤄진 수사절차는 전체적으로 위법하다는 취지다.
지명수배에 따라 양 교수는 10여년 간 귀국하지 못했고 1998년 입국 즉시 임의동행된 것도 지명수배 조치가 불법구금을 용이하게 했다고 봤다.
불법구금 역시 중대한 인권침해사건을 구성하는 일부분이고 일부 행위만 떼어내 과거사정리법 적용을 부정할 수 없다고도 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 판결은 양관수 교수 지명수배 조치를 포함한 수사기관의 행위, 귀국 직후 불법구금의 위법 여부는 수사기관의 일련의 행위 내용과 성격, 원고에게 미친 실질적 영향 등을 고려해 전체적으로 판단할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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