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문건' 조현천 구속한 검찰…'내란음모' 실체 주목


'내란죄' 전두환·노태우 유죄...이석기는 '선동'으로

박근혜 정부 계엄령 문건 작성 의혹 핵심 인물인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이 해외 도피 5년만인 지난달 29일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입국, 검찰 체포돼 이송되던 중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현 국군방첩사령부) 계엄 문건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지난달 31일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구속했다. 문건 작성이 위법이라는 법원 판단이 나온 상황에서, 속도내고 있는 내란음모 수사에 관심이 쏠린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정인재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달 31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와 군형법상 정치관여 혐의로 조 전 사령관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하고 "증거인멸과 도망 염려가 있다"라며 영장을 발부했다.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이병주 부장검사)는 지난달 29일 5년여 만에 미국에서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한 조 전 사령관을 체포해 31일 새벽 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직권남용과 정치관여 혐의를 적용해 신병을 확보했고, 내란죄 예비·음모 수사를 본격화했다.

검찰이 영장에 적용한 혐의는 2016년 자유총연맹 회장 선거에 특정 인물이 당선되도록 개입하고, 기무사 직원과 예산을 동원해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 집회를 여는 데 관여한 의혹 등이다. '실체'를 밝히겠다며 5년여 만에 돌아온 조 전 사령관을 구속할 필요성을 느낀 셈이다.

지난 2018년 군·검 합동수사단(합수단)은 조 전 사령관과 장준규 전 육군참모총장,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 등에 문건 작성을 놓고 관련성이 있다고 의심한 바 있다. 다만 내란음모죄가 성립되려면 2인 이상 구체적 합의와 실질 위험성이 인정돼야 한다.

이에 앞서 12·12군사반란과 5·18 내란 사건을 놓고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은 내란수괴와 내란모의참여, 내란목적살인,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 등으로 유죄를 인정받았다. 성공한 쿠데타라도 처벌받을 수 있는 판례를 만든 셈이다.

계엄 문건 사건은 '실패한 쿠데타'라고도 볼 수 있다는 의견이 있다. 같은 내란음모죄가 다뤄진 사례가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 사건이다. 이 전 의원은 2014년 1심에서 내란선동과 내란음모 등 혐의를 유죄로 인정받아 징역 12년을 받았다.

하지만 항소심에서는 내란음모 혐의가 무죄로 판단돼 징역 9년을 받았고 형은 확정됐다. 당시 법원은 2인 이상 내란범죄 실행 합의가 있지 않았다고 봤다. 내란음모의 주축인 지하혁명조직(RO)도 추측에 불과해 존재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국군기무사령부의 계엄령 문건 작성과 관련해 소강원 기무사 참모장이 2018년 7월26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군 특별수사단으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출석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조 전 사령관 사건은 계엄 문건 성격을 어떻게 판단하느냐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법원은 계엄 문건이 위법하다고 판단한 바 있다. 조 전 사령관의 하급자인 소강원 전 기무사 610부대장의 허위공문서작성·행사 사건에서 평시에 문건 작성은 명백히 직무를 벗어난 것이라고 봤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항소1-2부(최은주 부장판사)는 지난 2월16일 소 전 부대장에 무죄를 선고한 군사법원 판결을 깨고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당시 법원은 조 전 사령관이 문건 작성 과정에서 보고받고 수정·보완을 지시했다고 판시했다.

법원이 문건 자체를 위법하다고 판단하면서 국민의힘이 지난해 9월 직권남용과 군사기밀보호법상 군사기밀누설 혐의로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과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 등을 고발한 사건은 혐의없음 처분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합수단 수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기무사를 해체하고,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며 보수 성향 변호사 단체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한변)이 문재인 전 대통령을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고발한 사건도 혐의없음 처분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검찰은 지난달 31일부터 최대 20일 간의 구속 기간 장 전 총장과 김 전 실장, 박흥렬 전 청와대 경호처장, 황교안 전 대통령 권한대행, 박근혜 전 대통령 등 윗선 수사를 벌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직권남용 등 혐의로 재판에 넘긴 뒤 추가 수사를 벌일 가능성도 있다.

다만 문건 자체가 구체적인 실행할 위험성이 없는 '참고 문건' 성격을 갖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문건 성격을 규정한 뒤 본격적으로 보고를 받았다고 의심하는 한 전 장관을 비롯해 윗선 개입 여부를 들여다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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