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장우성 기자] 무자격 '사무장 병원'이라도 난동을 피워 진료행위를 방해했다면 업무방해죄에 해당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A씨에게 업무방해 혐의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서부지법에 돌려보냈다고 2일 밝혔다.
A씨는 빌려준 돈을 받기 위해 병원을 찾아가 관계자를 폭행하고 진료 행위를 방해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왔다.
1심은 업무방해죄를 비롯해 폭행죄, 명예훼손죄 위반 혐의를 유죄로 보고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2심은 업무방해 혐의를 무죄로 판단하고 벌금 100만원으로 감형했다.
이 병원은 명의만 의료인이고 실질적 운영은 비의료인인 B씨가 맡은 이른바 '사무장 병원'이었다. 이에 따라 이 사건에서 진료를 포함한 병원의 운영 업무는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이 될 수 없어 범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무자격자가 개설한 병원이더라도 진료행위 또한 당연히 반사회성을 띤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의료인의 진료업무가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이 되는지는 의료기관의 개설·운영 형태, 진료의 내용과 방식, 피고인의 행위로 방해받는 업무의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피고인의 행위와 당시 주변상황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진료행위를 방해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며 "원심은 피고인이 진료행위를 방해했는지 더 심리해 업무방해죄 성립 여부를 판단했어야 한다"고 밝혔다. 단순히 '사무장 병원' 업무는 업무방해죄 보호대상이 아니라고 단정한 것은 잘못이라는 취지다.
대법원 관계자는 "무자격자가 개설한 의료기관인 소위 '사무장병원'을 운영하는 행위는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이 되는 업무에 해당하지 않지만, 사무장병원에 고용된 의사의 구체적인 진료행위는 보호대상이 될 수 있다고 최초로 명시한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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