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코펜하겐(덴마크)=이헌일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한강르네상스 사업을 장기적으로 연속성 있게 추진하기 위해 전담조직을 신설한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오 시장은 유럽출장 기간인 지난 20일(현지시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15년 전에 시작한 한강프로젝트가 철학을 달리하는 후임시장 때 거의 무효화되면서 10년 동안 한강변에 변화가 거의 없었다"며 "시장이 바뀌더라도 한강이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활용도가 높은 공간으로 거듭나길 바라는 마음에서 지속가능한 기구를 만드는 걸 검토해야겠다는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밝혔다.
앞서 독일 함부르크에서 오래된 항구의 창고·공장을 혁신적인 디자인의 건물들로 재개발한 하펜시티 프로젝트 진행과정을 살펴보며 얻은 아이디어다. 함부르크 당국은 시가 지분 100%를 소유한 하펜시티 주식회사(GmbH)를 설립, 지난 2001년부터 2030년 완공을 목표로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독립적인 개발주체가 있기 때문에 시장이 바뀌어도 사업의 연속성이 보장되는 구조다.
오 시장은 "하펜시티 주식회사를 만들어 20~30년 정도의 계획을 갖고 꾸준하고 일관되게 수변개발을 해왔다는 사실에 굉장히 큰 영감을 얻었다"며 "돌아가는 즉시 본격적으로 검토해 서울시에 그 업무를 담당하는 기구를 어떤 형태로든 만들어보는 것을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펜시티 현장을 둘러본 뒤 즉각 관련 부서에 사전검토를 지시했다. 그 결과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에 한강사업본부(가칭)를 만드는 방안과 별도 법인을 세우는 방안이 나왔다. 다만 별도 법인을 세우려면 본격 가동에 최소 1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돼 SH공사에 전담조직을 설치하는 쪽이 효율적이라는 판단이다.
오 시장은 "예컨대 10개 정도 사업을 하다보면 5~6개는 흑자가 날 수도 있고 5~6개는 적자가 날 수도 있다. 개별사업 단위로 일을 하나하나 추진하면 이익이 많이 나면 특혜 시비, 적자가 나면 잘못된 정책이란 비판으로 사업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 여러 개 사업을 동시에 추진하는 독립적인 조직을 만들면 이익이 남는 사업에서 얻은 흑자를 적자나는 사업에 투자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과거 임기 때 추진했으나 이후 동력을 잃은 사례인 세빛섬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당시 제가 갑자기 퇴임한 뒤 후임 시장이 철학을 달리하는 상태에서 선거운동 때부터 세빛섬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한 상태에서 새로 시장이 됐다"며 "그러다보니 제가 완성해 문을 열어 이미 수십 만명이 이용한 상황에서 무려 3년 간 문을 걸어 잠갔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당히 무리한 결정이었고, 서울시민에게 재앙과도 같은 잘못된 결정이었다. 아주 냉정하고 잔인했다"고 비판했다.
오 시장이 많은 예산과 행정력이 투입되는 한강르네상스 2.0 계획을 추진하는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대선용 행보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그는 "둘러가더라도, 천천히 가더라도 정확하게 가자는 의미에서 새로운 조직을 만들어서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겠다는 결심을 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현재 사업계획은) 사실 제 성에 차지 않는 속도다. 임기 중에 완성하고 싶은 게 제 욕심이다. 처음엔 여러 절차를 우회해서라도 빨리 할까 생각도 해봤다. 대선을 염두에 뒀으면 잘게 쪼개서 빨리 했을 거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고 정상적으로 합리적으로 모든 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다"고 부연했다.
honey@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