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문화영 기자] "우리가 왜 인간이 아닙니까"
문경희 세종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문 대표는 "시청 지하철 역에서 어떤 시민이 '니들이 인간이냐'는 말을 듣고 너무 화가 났다"며 "이런 말들 속에 우리가 더욱 투쟁해야겠다고 다짐하면서 단단해지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은 24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날 결의대회의 주제는 '열차가 어둠을 헤치고'였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다사랑장애인자립생활센터 등 단체도 함께했다.
권달주 전장연 공동대표는 "수십 년을 외쳤지만 장애인 권리 열차는 세상에 나오지 못하고 있는 게 대한민국 현실"이라며 "이 열차가 빛을 보고 지역 사회에 함께 나갈 수 있도록 투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는 탈시설 말살, 장애인 복지 예산 삭감 등 열차를 역주행시키고 있다"며 "전장연이 지하철 시위를 한다는 이유로 10년 넘은 장애인 보조금 자료를 뒤지고 있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행태도 규탄스럽다"고 주장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장애인 차별에 맞서 싸워야 하는 정부와 서울시는 차별에 맞서는 장애인들과 싸우고 있다"며 "오세훈 시장은 차별이 문제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자기가 가지고 있는 권력보다 대한민국 차별이 더 강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차별에 편승하는 것을 택했다"고 했다.
지하철 승하차 시위에 나서는 이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박한희 민변 변호사는 "불법 시위로 인해 지하철이 혼잡하다고 하는데, 이동권을 보장하지 않아 장애인들이 나오도록 만든 건 정부와 서울시"라며 "권리를 외치는데도 기계처럼 철도법과 규정을 들이미는 것 자체가 고성방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바닥 스티커를 광고행위로 보고 금지하는데, 경찰 동원해서 방패를 드는 건 인간광고 행위 아닌가"라며 "박경석 대표를 체포해서 조사하고 수억, 수천만원 손해배상 협박을 한다. 민변은 모든 과정을 기록하고, 소송과 더불어 폭력, 불법 행위에 대한 대응을 함께하겠다"고 했다.
박경석 전장연 공동대표는 "어제 우리 동지들이 시청 차가운 바닥에서 하룻밤을 잤다. 차별 철폐를 위한 1박 2일 투쟁"이라며 "다음 주 월요일부터 혜화역에서 장애인들은 시혜와 동정의 대상이 아니라는 내용으로 선전전을 하며 시민들과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지하철 승하차 시위는 일단 멈추기로 했다. 다음 달 7일 김상한 서울시 복지정책실장과 실무 협의를 진행하기 전까지 탑승 시위와 천막 농성을 유보한다. 다만 장애인 예산 반영을 촉구하는 선전 활동은 승강장에서 지속할 계획이다.
culture@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