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장애인시설 절실한 사람 있다"…'탈시설론' 경계


덴마크 장애인시설 시찰
"여러가지 경우의 수 필요"

오세훈 서울시장이 복지선진국 덴마크의 장애인 거주시설을 시찰하며 시설이 절실한 사람들이 있다고 밝혔다. 오 시장이 21일(현지시간) 오후 코펜하겐의 장애인 거주시설인 무스보어바이 쉬드를 찾아 관계자에게 설명을 듣고 있다. /서울시 제공

[더팩트ㅣ코펜하겐(덴마크)=이헌일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복지선진국 덴마크의 장애인 거주시설을 시찰하며 "시설이 절실한 사람들이 있다"고 밝혔다. 시설생활이든 탈시설이든 일률적인 방향 제시보다는 개개인의 수요 충족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것이다.

오 시장은 9박11일 유럽출장 마지막 일정으로 21일(현지시간) 오후 덴마크 코펜하겐의 장애인 거주시설인 '무스보어바이 쉬드’(Musvågevej Syd)'를 방문해 시설 관계자에게 설명을 듣고 현장을 살펴봤다.

이 곳은 발달장애와 다중장애 성인을 위한 주거 및 데이케어 시설이다. 한 동에 8명씩 32명이 거주할 수 있으며 데이케어시설은 17명이 이용가능하다. 특히 장애인의 사생활 보호 및 쾌적한 거주환경을 위해 1인 1실 아파트와 공유공간을 지원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오 시장은 시설을 둘러본 뒤 기자들을 만나 "UN장애인권리협약에 시설에서 나가 자립적인 생활을 하도록 하라는 내용이 있다"며 "(그러나) 현실에 비춰보면 개념상의 차이일 뿐이지 결국 이 분들은, 특히 중증 장애인은 정부와 가족의 재정적인 도움이 없으면 실제로 자립적인 생활이라고 볼 수 있을까"라고 지적했다.

또 "시설에서 생활하는 게 훨씬 더 절실한 사람들이 있다. 또 가족과 함께 있길 원하는 분들이 있을 수도 있고, 완전히 가족과도 떨어져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생활 원하는 분도 있다"며 "일률적으로 한 쪽 방향으로 유도하기보다는 여러가지 경우의 수를 놓고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가장 이상적인 방향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월 2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특별시청에서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와 면담을 하고 있다. /이동률 기자

다만 "현실적으로 나라의 발전 단계나 재정 여력에 따라 좀 달라질 수 있다"며 "지금 우리는 장애인 예산이 충족하게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모든 것을 이상적으로 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1인 1실 정책을 두고는 "프라이버시를 존중한다는 관점에서는 의미있어 보이지만 실제로 따로따로 생활하는 게 도움이 될까 싶다"며 "어떤 분들은 두세 분이 같이 공간을 쓰는 게 덜 외롭고 케어하기도 효율적일 수 있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앞으로 서울시는 시설거주 장애인의 사생활 보장과 쾌적한 거주 환경 조성에 힘쓴다는 계획이다. 거주시설을 자립적 주거형태로 개선하고, 지역사회 통합 프로그램 개발 등을 지원해 자립과 지역사회 통합 기반을 마련한다.

오세훈 시장이 21일(현지시간) 오전 덴마크 코펜하겐의 어르신 복지시설 스트랜드마크세흐를 찾아 관계자에게 설명을 듣고 있다. /서울시 제공

오 시장은 이날 오전에는 히비도브레(Hvidovre)의 대표적인 노인요양시설인 스트랜드마크세흐(Strandmarkshave)를 둘러보며 서울형 세대통합 실버타운과 실버케어센터, 안심돌봄가정을 지역수요에 맞는 주거·보육·일자리 등 시설과 결합해 조성한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이 곳은 요양시설과 데이케어센터, 은퇴자 주택, 치매노인 요양시설 등을 갖춘 종합 복지시설이다. 특히 입소자의 공간을 원래 거주하던 곳과 비슷하게 꾸며 집에서 생활하는 듯한 환경을 조성한 점이 특징이다. 각 입소자는 본인의 방과 욕실이 있고, 공용 거실과 식당, 정원, 테라스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시가 추진하는 세대통합 실버타운(골드빌리지)은 건강, 소득 수준을 고려해 입주가능한 중산층 이하 어르신에게 주택과 여가·돌봄·의료 등 복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이다. 지역사회 내에서 세대통합 및 서로돌봄이 가능하도록 한다는 취지다.

실버케어센터는 기존의 기피시설 이미지에서 벗어나 지역주민들을 위한 필수 시설로 지역주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가고 지역발전에 도움이 되는 시설로 패러다임을 바꾼다는 계획이다.

안심돌봄가정은 기존과 달리 자녀가 출퇴근하면서 부모를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보호자 거주지 근처에 호텔과 같은 가정에서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특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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