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코펜하겐(덴마크)=이헌일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새로 건설하는 상암동 쓰레기소각장을 두고 "100% 지하화할 수도 있고, 50%, 80% 할 수도 있다. 유연하게 열어두겠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20일 오후 덴마크 코펜하겐에 위치한 쓰레기소각장 '아마게르 바케'를 찾아 관계자에게 설명을 듣고 현장을 시찰했다.
이 곳은 자원회수시설을 지역명소로 탈바꿈한 선진 사례로 꼽힌다. 2021년에는 세계건축축제(WAF) 선정 올해의 세계 건축물로 뽑혔다.
시설 외부에 스키 슬로프와 인공암벽 등 시민들의 여가 및 휴식 공간을 조성해 주목을 받았다. 국토 대부분이 평지인 덴마크의 지리적 특성을 역발상으로 이용해 소각장 지붕에 인공언덕을 만들어 사계절 내내 즐길 수 있는 잔디 스키장을 조성했다. 또 한쪽 외벽은 높이 85m, 너비 10m의 인공암벽장으로 활용했다.
스키를 타지 않는 시민들도 슬로프 옆 산책로를 통해 꼭대기까지 올라갈 수 있다. 정상의 전망카페에서는 코펜하겐 전경을 즐길 수 있다.
오 시장은 이날 시찰을 마친 뒤 기자들을 만나 "좀 더 창의적으로 매력적인 시설로 만들기 위한 아이디어가 나와주면 참 좋겠다. 다만 아이디어의 한계는 있을 것"이라며 "지하화하게 되면 시설에 매력 포인트를 주기가 한계가 생긴다"고 말했다.
이어 "주민들이 원하기 떄문에 그 모양을 도드라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어서 지하화하기로 한 것"이라며 "(주민들) 양해가 된다면 약간 아이디어를 활용할 여지가 넓어질 것 같다"고 덧붙였다.
또 "100% 지하화할수도 있고, 50%, 80% 할 수도 있다. 유연하게 열어두겠다"고 부연했다.
그는 소각장 배출가스 우려에 대해 신뢰를 얻을 수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오 시장은 "(소각장) 굴뚝에서 나오는 연기가 함유한 화학물질이 보통 시민들이 호흡하는 공기보다도 훨씬 더 양질의 기체라는 설명을 들었다"며 "서울시민들도 아마 깊은 이해와 신뢰를 보내주실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도 과학 기술이 덴마크에 미치지 못하는 건 아니다"며 "노력만 한다면 시민들이 깊이 신뢰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배출가스 질을 유지관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마게르 바케는 오염물질 배출 측면에서도 우수사례로 꼽힌다. 소각 과정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인 질소산화물(NOx), 황산화물(SOx), 염화수소(HCl), 다이옥신, 미세먼지 등 배출량을 모두 유럽연합 기준보다 엄격하게 관리한다.
이날 시설을 둘러보기 위해 내부로 들어가는데 마치 코로나19 음압병상처럼 이중문이 설치된 점이 눈에 띄었다. 내부 공기가 바깥으로 새어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내부는 음압을 유지하고, 한 쪽 문이 닫히기 전에는 다른 쪽 문이 열리지 않도록 설계됐다. 이런 덕분에 시설 바깥에서는 악취를 거의 맡을 수 없었다.
시는 현재 가동 중인 시내 광역자원회수시설보다 최근에 지어진 아마게르 바케의 배출관리 기술의 장단점을 살펴보고 상암동 새 소각장에 최적의 기술을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창의적인 설계와 디자인, 친환경적인 운영방식으로 기피시설을 지역 랜드마크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오 시장은 "오늘 아이 손을 잡고 올라가는 아빠를 봤다. 시사점이 있는 광경이라고 생각한다"며 "조금이라도 건강상 위해가 있다고 하면 아이들을 데리고 올라가지 않을 거다. 100% 지하화가 유일한 해법인지는 주민들과 마음을 열고 대화하면 진전된 방향으로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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