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함부르크 성공사례 여의도로 가져온다


오세훈, 함부르크 엘프필하모니 방문
"잘 지은 문화시설 하나가 도시 바꿔"
"돈 안내도 즐기는 공용공간 확보"

오세훈 서울시장이 여의도공원을 시카고 밀레니엄 파크, 뉴욕 브라이언트 파크와 같은 도심문화공원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오 시장은 18일(현지시간) 오전 독일 함부르크를 대표하는 문화예술시설인 엘프필하모니를 찾아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서울시 제공

[더팩트ㅣ함부르크(독일)=이헌일 기자] 유럽출장 중인 오세훈 서울시장이 여의도공원에 제2세종문화회관을 조성해 시카고 밀레니엄 파크, 뉴욕 브라이언트 파크와 같은 도심문화공원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오 시장은 18일(현지시간) 오전 독일 함부르크를 대표하는 수변 문화예술시설인 '엘프필하모니(Elbphilharmonie)'를 둘러보며 제2세종문화회관에 적용할 아이디어를 모색했다.

2017년 개관한 이 콘서트홀은 항만에 위치한 오래된 붉은 벽돌의 카카오 창고를 얼어붙은 파도 형상의 건축물로 리모델링한 곳이다. 파격적인 디자인과 함께 호텔, 스파, 레스토랑, 대규모 실내 주차장 등을 갖춘 복합시설로 지역 랜드마크 건물로 자리 잡아 수변 도심개발 성공사례로 꼽힌다. 개관 3년 만에 500만 명이 넘는 방문객을 유치했다.

오 시장은 엘프필하모니를 둘러본 뒤 "정말 잘 지어놓은 문화시설 하나가 한 도시의 브랜드 이미지를 완전히 바꾼다는 사실을 이 곳을 방문해서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사실 함부르크라고 하는 도시가 경제적으로는 굉장히 발전한 도시지만 환락가 이미지가 강했는데 엘프필하모니를 지으면서 이미지가 완전히 바뀌어 관람객과 관광객이 폭증했다고 한다"며 "문화시설 하나가 도시 하나의 브랜드도 바꾸고 먹여살린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부연했다.

독일 함부르크에 위치한 문화복합시설 엘프필하모니 전경. /서울시 제공

특히 "이 곳에서 가장 크게 느낀 건 공용공간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이 시설은 한가운데에 공용공간을 만들어 관광객, 시민 누구나 올라와서 경관도 즐기고 문화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동안 서울시가 만든 각종 공연장은 돈을 내고 입장한 분들만 시설을 즐기고 공연을 즐길 수 있었다"며 "앞으로 세종문화회관 리모델링이나 제2세종문화회관 조성 사업에서는 그런 공용공간을 반드시 확보해 시민들이 공연을 보지 않아도 경치도 즐기고 분위기도 느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여의도공원은 접근성이 떨어지고 여의도 동서를 단절하는 단점과 함께 흔치 않은 도심 속 대규모 녹지인데도 휴식과 산책 정도의 기능만 수행한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향후 랜드마크 문화시설과 함께 녹지와 광장을 보유한 시카고 밀레니엄 파크, 뉴욕 브라이언트 파크와 같은 도심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다는 계획이다.

여의도공원에 조성되는 제2세종문화회관 조감도. /서울시 제공

2026년 착공을 목표로 여의도공원을 수변 국제금융 도심에 맞는 세계적 수준의 도심문화공원으로 리모델링하고, 서울의 수변 문화 랜드마크로 제2세종문화회관을 조성한다. 제2세종문화회관에는 2000석 규모의 대공연장과 400석 규모의 소공연장을 비롯해 향후 건설될 서울항 이용객과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외식·문화교육 시설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도시·건축디자인 혁신 시범사업으로 추진하기 위해 올 상반기 사전 디자인 공모와 시민 의견 청취를 통해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하반기에 투자심사 등 예산 사전절차를 진행해 사업을 본격 추진한다. 아울러 장기적으로는 여의도역 복합환승센터와 연계한 지하보행 네트워크 등을 조성해 도로와 공원으로 단절된 여의도 공간구조를 개편한다는 계획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8일(현지시간) 혁신적인 수변도시개발 사례로 꼽히는 독일 함부르크 하펜시티 프로젝트 현장을 찾아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서울시 제공

오 시장은 이날 엘프필하모니에 이어 오래된 함부르크 항구의 창고 인근의 창고·공장을 혁신적인 디자인의 건물들로 재개발한 '하펜시티 프로젝트' 현장도 시찰했다.

특히 이 곳은 과거 늪지대였던 곳에 오랜 세월을 거쳐 도시가 세워져 지반이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또 바다에서 110㎞ 밖에 떨어지지 않아 밀물과 썰물의 영향으로 주기적으로 강물이 범람하는 문제도 있다.

이런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건물을 지을 때 깊게 파일을 꽂은 뒤 기초를 다지고 그 위에 지었다. 또 주택 지상층은 해수면 위 7.5m 높이에서 시작하도록 하고, 지하 주차장에는 차수문을 설치하도록 의무화해 홍수에 대비했다. 공간도 강가-산책로-건물-보도·인도 순으로 배치해 강이 범람해도 산책로만 물에 잠기고 건물과 보도·인도는 안전하도록 계획했다.

오 시장은 "한강도 1년에 몇 번 큰 물이 들어오는데 수위 차를 어떻게 극복하고, 건축에 어떻게 적용하느냐가 관전포인트"라며 "그동안은 비 오면 떠오르게 할 생각만 해서 플로팅 아일랜드를 만들었는데 앞으로는 한강 개발에 이 곳과 같은 콘셉트를 도입할 곳이 많을 것 같다"고 말했다.

hone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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