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정채영 기자] 경찰을 '민중의 지팡이'라고 합니다. 전국 14만 경찰은 시민들 가장 가까이에서 안전과 질서를 지킵니다. 그래서 '지팡이'라고 부르는지도 모르죠. 그러나 '범죄도시'의 마동석이나 '신세계'의 최민식이 경찰의 전부는 아닙니다. <더팩트>는 앞으로 너무 가까이 있어서 무심코 지나치게 되거나 무대의 뒤 편에서 땀을 흘리는 경찰의 다양한 모습을 <폴리스스토리>에서 매주 소개하겠습니다.<편집자주>
유치인의 안전을 위해 신체의 자유를 구속하는 장소 유치장. 오늘도 유치장에는 유치인 보호관이 밤낮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다.
인천 삼산경찰서 김영길 경위는 지구대 근무로 시작해 교통안전, 생활안전과, 경리계, 정보계, 기동대를 거쳐 유치장으로 오게 됐다. 누구보다 다양한 업무를 하고 싶었던 김 경위는 올해 유치인 보호관에 지원했다.
"경찰은 카멜레온 같은 직업이에요. 경찰 생활하는 동안은 여러 업무를 해보는 게 목표예요. 3교대가 힘들지만, 유치장이 모든 경찰서에 있는 게 아니니까 삼산경찰서 소속으로 있으면서 경험할 수 있는 업무는 다 해보고 싶어서 지원했어요."
사실 유치인 보호관은 경찰들이 선호하는 업무는 아니다. 3교대로 돌아가는 시스템에 밤낮이 바뀌면 생활 패턴이 엉망이 되기 쉽다. 또 휴대폰 반입이 금지돼 있어 유치인보다 더 지루한 하루를 보내야 한다.
김 경위가 속한 유치관리팀은 유치인에게 식사 제공, 개인위생, 면회 입회, 변호인 접견, 신체 수색, 자살 시도·자해 예방, 도주 방지, 방역 활동이 주 업무다. 유치장에는 긴급체포, 체포영장, 현행범, 지명수배자 등 영장으로 체포된 사람이 들어온다. 최대 10일까지 유치될 수 있지만, 스토킹 범죄 같은 경우는 잠정조치 4호 위반으로 30일까지 유치될 수 있다.
"유치인들을 관찰해보면 대부분 하루 이틀 정도는 잠만 자요. 아무래도 여기 들어온 이유도 생각해보고 반성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는 것 같아요. 밥도 안 먹는 경우도 많아요. 신체의 자유가 구속된 채로 수사를 받는다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거죠. 평소에는 당연하게 여겨온 것들이 제한되니까요."
유치인 보호관의 가장 큰 역할은 유치인의 안전 보호다. 우선 유치인이 들어오면 옷에 자해 행위를 할 수 있는 도구가 있는지 확인하는 몸수색을 해야 한다. 후드티의 끈이나 운동복 바지의 고무줄도 자해 도구가 될 수 있어 모두 제거해야 한다. 쇠숟가락과 젓가락도 위험하다. 여기서는 플라스틱 포크 겸 숟가락을 사용해야 한다.
"플라스틱도 부러트려서 날카롭게 만들면 위험할 수 있어요. 목걸이, 시계 같은 액세서리도 물론 안 됩니다. 옷에 달린 지퍼 손잡이를 삼켜서 병원에 가는 일도 있어요. 유치인 보호관이 가장 주의해야 할 일입니다."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있다. 마약류를 투입한 채 입감된 유치인이 유치장에서 욕설을 퍼붓더니 화장실 변기 커버를 부숴 잔해로 자해를 시도했다. 결국 수갑을 채워 1인 보호방으로 이감 조치했다. 여전히 환각 상태인 유치인은 보호방 쿠션까지 뜯었다. 그래도 보호관은 이들의 생명을 보호해야 한다.
구치소로 이동하기 전 유치인들은 복잡한 심경으로 유치장 생활을 한다. 보호관들은 이렇게 자칫 자포자기해 자해를 시도하려던 유치인에게도 꾸준히 관심을 갖고 공감대를 형성하려고 노력한다.
"유치인은 죄를 짓고 와서 체포됐지만 죄가 확정된 건 아니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유치장을 나가 석방이 되든 구치소에 가든 여기서 지내는 10일 동안은 안전하게 있다가 나가는 게 저희의 가장 큰 목표예요. 안전하게 구치소로 이송한 유치인의 감사 편지를 받으면 뿌듯함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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