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문화영 기자] "일반 식당이랑 차이가 나긴 하는데, 밥 먹을 수 있는 게 어디야."
17일 점심 무렵 서울 종로구 돈의동 한 동행식당에서 만난 70대 하모 씨의 이야기다. 서울시가 지원하는 쿠폰으로 백반을 이용한 그는 "적은 금액 때문에 아무래도 매일 먹는 음식이 비슷하다"며 "동행식당이 더 많아지고 선택할 수 있는 메뉴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 씨를 비롯해 쪽방촌 주민 대부분은 기초생활수급자다. 지난해 기준 월평균 소득은 약 79만원. 이중 식료품 지출 비중이 절반에 달한다. 부엌이 없는 두평 남짓한 쪽방에선 매 끼니를 해결하기가 녹록지 않다.
◆ 쪽방촌에 대한 '우려'와 '걱정' 줄어들어
서울시는 지난해 8월부터 서울역, 영등포, 남대문, 돈의동, 창신동 등 5대 쪽방촌 사람들에게 하루 한 끼 8000원짜리 쿠폰을 지원해왔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시정 철학인 '약자와의 동행' 프로젝트 중 하나다. 지난해 7월 오 시장이 취임 이후 가장 먼저 찾은 현장도 창신동 쪽방촌이었다.
쪽방 주민들은 '쪽방상담소'에서 식권을 받아 지정된 동행식당에서 사용하면 된다. 서울시가 식비 등 예산을 시비로 지원한다. 올해 1월 기준 동행식당 44곳이 운영 중이며 이용주민은 월평균 약 1750명이다.
사업에 참여한 식당의 반응은 엇갈렸다. 종로 3가역 인근 식당을 10년째 운영 중인 박모(63) 씨는 "쪽방촌상담소에서 먼저 연락이 와 지난해 8월부터 사업에 참여하게 됐다"며 "쿠폰을 다량으로 가지고 와서 현금으로 바꿔달라는 사람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에는 냄새나고 허름한 사람들이 피해를 줄 것 같아 점심시간에 포장만 가능하게 하려고 했다"며 "(지나고 보니) 쪽방촌 사람들이 꼭 허름하고 냄새나는 건 아니라는 걸 알았다. 그래도 가게 이미지가 안 좋아져 손님이 3분의 1로 줄었다"고 호소했다.
반대로 서울역 주변의 한 대구탕 가게는 "찾아오는 손님들이 너무 좋다. 하루 50명 이상이 동행식당 쿠폰을 내고 밥을 먹는다"며 "내년에도 사업에 참여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동행식당 이용자에게 배포되는 안내문에는 '오전 11시 30분~오후 1시 30분까지 혼잡한 식당 상황을 고려해 3인 이상 함께 방문해달라'는 문구와 함께 '식당 이용 시 청결한 복장으로 방문해달라'고 적혀 있다.
서울역 쪽방촌상담소 관계자는 "음주 문제는 제재할 수 있지만 옷차림은 언제까지나 권장 사항"이라며 "사업 초기엔 민원이 많았지만, 자리를 잡으면서 안정이 되고 민원 역시 현저히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 물가는 치솟고 '동행식당' 모르는 사람도 많아
최근 가파른 물가인상으로 식당과 쪽방 주민 모두 부담을 느끼는 만큼, 한끼 지원금을 올려달라는 목소리도 높다.
하루 100여명 정도의 쪽방 주민들이 이용한다는 돈의동 한 백반집 직원은 "8000원 이상의 음식을 먹을 경우 추가 금액은 사비로 결제해야 한다"며 "당일 사용해야 하는 날짜가 정해져 있어 이월되지 않은 데 따른 불만도 있었다"고 언급했다.
쪽방상담소 관계자는 "식재료값이 계속 올라 식당들이 8000원으로 못한다고 해서 초기에 섭외가 어려웠다. 운영 중에 음식값을 올린 식당도 있다"며 "서울시에 해당 내용을 전달하고 인상분을 고려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에 서울시 관계자는 "지원금 인상 요청이 들어온 건 맞지만, 올해 예산은 이미 지난해에 짜여졌기 때문에 중간 인상은 어럽다. 추후 논의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사업 시행 8개월이 지났지만, 정작 동행식당을 몰라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쪽방 주민이라면 누구나 쪽방상담소에 등록한 후 동행식당 쿠폰을 받을 수 있다.
서울역 쪽방촌에 거주하는 80대 강모 씨는 "동행식당은 처음 들어보고, 나가서 먹어본 적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복지카드를 보여주며 "복지관에서 배달해 주는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운다"고 말했다.
쪽방촌 주민 80대 이모 씨도 "동행식당을 처음 듣는다"며 되물었다. 인근 교회 반지하에 사는 6급 시각장애인 60대 문모 씨는 "잘 안 보여서 밥을 차리는 데만 해도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 정부가 지원하는 급식 쿠폰은 처음 들어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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