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양도, 신설합병으로 볼 수 없어"…혁신기업 선정 취소


혁신기업체 사업 양도받고 이전 상호 차용
법원 "신설합병은 당사회사 해산하고 새로 설립한 것"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으로 선정된 회사의 이전 상호명을 차용하고 사업을 양도받은 회사의 혁신기업 선정이 취소됐다. 사업 양도만으로는 신설합병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다.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으로 선정된 회사의 이전 상호명을 쓰고 사업을 양도받은 회사의 혁신기업 선정이 취소됐다. 사업 양도만으로는 신설합병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당시 김정중 부장판사)는 A 주식회사가 서울지방중소벤처기업청장을 상대로 낸 '기술혁신형 중소기업 선정취소처분 취소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A 회사는 2020년 1월 B 회사와 사업양도양수계약을 체결해 사업 관련 자산 및 일체의 권리·의무를 승계했다. B 회사는 앞서 기술혁신형 중소기업 확인서를 발급받았는데, A 회사는 B 회사의 이전 상호명을 그대로 사용했다.

문제는 A 회사가 2020년 8월 혁신기업 확인서 갱신을 신청하면서 발생했다. 서울지방중소벤처기업청은 "원고(A 회사)의 업력이 3년 미만으로 신청대상 적격이 아니고, B 회사가 지금까지 존재하므로 사업양도양수계약을 했다고 해도 업력 산정의 예외사유인 신설 합병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라며 혁신기업 선정을 취소했다.

기술혁신형 중소기업(Inno-Biz) 제도 운영규정은 혁신기업 선정 대상으로 '중소기업법에 따른 중소기업 가운데 업력이 3년 이상인 기업'으로 규정한다. 다만 업력 산정의 예외로 신설 합병을 두고 있다.

재판의 쟁점은 A 회사의 승계를 신설 합병으로 볼 수 있는지였다. A 회사 측은 "승계를 통해 B 회사의 인적·물적 기반이 원고에게 이전됐다. 이 사건 승계는 실질적으로 신설합병에 해당한다"라고 주장했다.

또 A 회사 측은 "A 회사는 B 회사로부터 인허가, 특허권 등 지식재산권을 포함해 혁신 기업 인증에 필요한 사업을 양수받아 그대로 영위하고 있어, A 회사가 이 B 회사의 업력을 인정받음으로써 어떠한 공익을 해하지 않는다"며 "이 사건 처분으로 인해 원고는 정부기관 발주 프로젝트 참가가 취소되고 신규채용 인력들이 퇴사위기에 놓이는 등 막대한 재산상 피해를 입게 됐다"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법원은 서울지방중기청의 처분이 옳다고 봤다. 재판부는 "신설합병은 2개 이상의 회사가 계약에 의해 새로운 회사를 설립하고, 기존 회사는 청산 절차를 거치지 않고 소멸하는 구조가 돼야 한다"며 "A 회사의 승계는 B 회사가 존속한 채로 회사가 운영하던 일부 사업부문의 영업을 양도받은 것일 뿐"이라고 판단했다.

A 회사가 B 회사의 이전 상호명을 그대로 차용한 사실에 대해서도 "A 회사는 B 회사의 변경 전 상호를 이용해 서울지방중기청으로 하여금 마치 B 회사가 대표자 변경 또는 합병을 함에 따라 혁신기업 확인서 재발급을 요청하는 것으로서 착오하게 만들 의도였을 가능성이 있는 등 귀책사유가 존재한다고 봄이 상당하다"라고 지적했다.

A 회사가 1심 판결에 승복하면서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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